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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게 2004년 그리스의 향기가 난다 유로 2012




<크론 델리는 환상적인 드리블링으로 톱레벨의 수비수들을 벗겨내며 본인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신의 축구'라 불렸던 '유로 2004 챔피언' 그리스를 기억하는가. 당시 그리스는 정말로 센세이션했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메이저급 대회에서 그리스 같은 팀이 우승을 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를 품을 정도로 이변이었다. 때문에 그리스의 우승을 '신의 보필' 혹은 '운'으로 폄하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물론 공은 둥글기 때문에 '운'이라는 불가항력적 요소를 배제한채 축구를 이야기 할순 없다. 2002년의 대한민국처럼 그리스에게도 운이 많이 따랐다. 그러나 그리스의 우승을 운으로만 깎아내리기엔 그들은 너무나도 잘했다. 그리스는 선수비 후역습을 아주 잘 구현해냈다. 강력한 수비, 빠른 역습 전개, 결정적인 한방. 그리고 그 밑바탕엔 왕성한 움직임과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이 있었다.  

 만일 누군가가 '유로 2012의 신데렐라는 어떤 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필자는 현재로선 주저 없이 덴마크를 꼽고 싶다.(물론 이제 막 4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개인적으로 덴마크 보다는 러시아를 더 주목하고 있기는 하지만) 덴마크가 네덜란드전 보여줬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덴마크는 이날 상대적 약팀이 강팀을 맞아 어떻게 경기를 펼쳐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이길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8년 전 그리스가 조별 예선 첫 경기서 포르투갈의 덜미를 잡은 것처럼, 그들도 갈길 바쁜 네덜란드의 발목을 잡았다.(네덜란드, 덴마크가 조별 예선을 통과해 결승에서 한 번 더 붙는다면 유로 2004 파이널의 완벽한 재현이 될 것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덴마크는 과거의 그리스가 그랬듯, 상당히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슈팅수 28-8. 네덜란드는 28개의 슈팅 중 8개만이 골대를 향했고 덴마크는 100% 골문을 겨냥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결승골이었다. 양보단 질로 승부한 셈이다. 반면 네덜란드는 높은 점유율과 무수한 슈팅으로 역전을 노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왜 그랬을까. 그것의 원인 중 하나는 네덜란드 선수들의 슈팅 남발과 부정확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 의문부호가 하나 더 생길 수밖에 없다. 왜 네덜란드는 슈팅을 남발했을까? 그리고 그들의 슈팅은 왜 부정확할 수밖에 없었을까? 네덜란드의 공격 상황을 뜯어보면 중거리슛이 상당히 많다. 네덜란드는 최전방에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시몬 폴센-아게르-카예르-야콥센으로 꾸려진 덴마크 포백이 생각보다 견고했다. 라인을 내리고 차라리 2, 3선의 공간을 열어두었다. 네덜란드가 중거리슛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덴마크 포백과 미들진은 네덜란드 공격수들을 박스 밖으로 밀어내는 수비를 했다. 아크 윗 지점 공간은 줘도 박스 안의 공간은 허락치 않았다. 대인마크에 있어서 수비각도 상당히 좋았다. 사실 로벤이나 아펠라이는 어느정도 정형화된 공격루트를 가진 선수다. 특히 인사이드로 꺾어 들어오며 때리는 중거리슛은 로벤의 전매특허다. 그러나 슈팅각만 내주지 않으면 골키퍼가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네덜란드의 주된 두가지 공격 루트는 반 페르시와 로벤이다. 덴마크의 수비를 잘 살펴보면 이 둘의 슈팅각을 좁히는 방향에 집중했다는 걸 알수 있다.(네덜란드의 슈팅은 덴마크 수비의 방해로 딱 정해진 길목과 방향으로 흘렀고, 이는 안데르센 골키퍼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범위로 흘렀다)

 네덜란드의 공세를 박스 밖으로 밀어내는데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심링과 크비스트 듀오의 공이 컸다. 스네이더, 데 용, 반 봄멜과의 싸움에서 중원을 지켜냈다. 마치 2004년 그리스의 수비형 MF 듀오 바시나스와 자고라키스를 보는듯 했다. 그리스도 4백에서 6백 혹은 그 이상으로 변형될 때 바시나스, 자고라키스가 수시로 내려오며 빈 공간을 메웠다. 체코나 러시아 같은 창 끝이 강한 팀을 상대로는 더블 볼란치에 카추라니스를 덧붙여 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었다. 아직 덴마크는 이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에릭센을 다소 수비 중심에 두어 네덜란드의 3 미드필더 시스템에 대처했다.

<올센 감독의 첫 단추는 아주 좋았다. 하지만 에릭센-벤트너 연계 문제는 숙제로 남게 됐다>


 크비스트, 심링의 압박과 커버 덕에 왼쪽의 폴센-크론 델리, 오른쪽 야콥센 라인의 원활한 공격 수급이 가능했다. 모르테 올센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구현했던 선수비 후역습은 과거 오토 레하겔 감독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것 같다. 그렇지만 라인 압박과 볼 탈취를 우선 삼고 원톱을 꼭지점으로 피니쉬를 노린다는 점은 비슷하다. 레하겔 감독 전술의 방점엔 원톱 카리스테아스가 있었다. 선수비 후역습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원톱의 확실한 매듭짓기가 필요한데, 카리스테아스는 그 몫을 200% 해냈다. 그 덕에 그리스는 토너먼트에서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을 단 한골만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덴마크에선 벤트너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만 기복 있는 벤트너가 카리스테아스만큼의 엄청난 결정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크론 델리의 재발견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벤트너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수 있는 자원이다. 빠른 발, 재기 넘치는 드리블링을 통한 크로스로 벤트너의 활용도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왼쪽 풀백 폴센과의 협업, 롬메달과의 스위칭을 통해 많은 찬스를 만들어 낼것으로 보인다. 다만 네덜란드전서 잠잠했던 '신성' 에릭센의 쓰임새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에릭센은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재능이다. 벤트너의 결정력을 끌어올릴수도 있고 본인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2004년 그리스의 카라구니스 역할에 대입된다. 카라구니스는 하리스테아스, 파파도풀로스, 브리자스로 연결되는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덴마크에서 그 역할을 가장 잘 해낼수 있는 선수가 바로 에릭센이다. '선수비 후역습 = 단 한골의 승리' 공식이 성립되려면 에릭센이라는 엔진이 원활히 잘 가동돼야한다. 

 작금의 덴마크를 보면 '2004년 유로 챔피언' 그리스가 오버랩된다. 짜임새 있는 조직력, 좋은 압박과 커버, 안정된 플랫4의 선수비를 통한 확률 높은 피니쉬 등. 뚜껑을 열어본 덴마크는 생각보다 강하다. '원톱의 딜레마'를 갖고 있는 같은 조 포르투갈이나, 강인한 미드필더를 다수 보유한 독일도 충분히 고전할 수 있다. 덴마크가 과거 그리스만큼 효율 높은 축구를 구사하려면 2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 (물론 수비가 그리스만큼 단단하다는 전제하인데, 현재 덴마크 수비구성과 조직력은 충분히 그에 버금가는 수준인 것 같다) 하나는 빠른 공격전환에 이은 확실한 카운터어택. 다른 하나는 전술적 유연함이다. 2004년 그리스는 수비 이외에도 이 두가지 조건을 모두 갖출만큼 뛰어났다. 하리스테아스는 과장 좀 보태서 슈팅 2개 중 1개가 골로 연결됐을 정도였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아메바 형질처럼 바뀌는 시스템도 그리스의 챔피언 등극을 가능케 했다. 포백(4-5-1)을 기본으로 쓰리백(3-4-3) 혹은 변형 쓰리백(5-4-1)을 번갈아 썼다. 특히 수세시는 기존 쓰리백에 좌우 풀백을 더한 5백, 수미까지 내려와 강력한 수비 블록을 구축했다.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그들의 수비는 징그러울 정도였다. 일단 덴마크의 첫 출발은 합격점이다. 죽음의 조별예선 문턱만 넘는다면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덧글

  • moon 2012/06/10 16:44 # 삭제 답글

    잘읽고 갑니다. 어디가 우승할지 궁금하네요
  • 아우라 2012/06/10 16:54 #

    감사합니다ㅎㅎ 상식적으론 독일, 스페인 정도, 이외의 팀을 꼽자면 러시아 정도가 꽤 선전할 것 같습니다. 덴마크나 크로아티아도 복병이 될 것 같네요 ㅎㅎ
  • 훼인 2012/06/10 23:52 # 삭제 답글

    저도 이번엔 러시아를 눈여겨봅니다.. 덴마크도 우승경험이 있어서 페이스 유지하면 이변 일으킬수도 있겠네요.. 좋은글 잘봤슴니다..
  • 아우라 2012/06/11 15:07 #

    러시아 멤버 구성도 역대 최강급이고 조직력도 괜찮더군요. 특히 자고예프와 아뉴코프 활약이 기대됩니다ㅎㅎ 덴마크는 저정도 단단한 수비라면 토너먼트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ㅎ 물론 그 전에 죽음의 조를 넘어야겠지만요.
  • 11111 2012/06/11 10:27 # 삭제 답글

    스페인 이탈리아 우승후보.. 그외깜짝 러시아~!
  • 아우라 2012/06/11 15:10 #

    세대교체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탈리아를 우승후보서 제쳐두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ㅎ 전술적으로도 스페인에게 잘 대처했고 피를로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듯ㅎㄷㄷ 관건은 최전방의 카사노와 발로텔리, 디나탈레, 지오빈코 등이 어떻게 잘 어우러지느냐에 달린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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