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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홍명보호, 멕시코전 아쉬운 점 세가지 런던올림픽



 잘 싸웠다. 홍명보호가 'B조 최강' 멕시코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얻었다. 첫 경기의 부담감을 감안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향후 두 경기에 전략적인 힘의 배분을 할 수 있게 됐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줘도 될 것 같다.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이었다. 경기를 압도했고 대한민국의 생각대로 그려 나갔다.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점은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홍명보 감독의 전략은 성공한 것 같지만, 썩 개운치만은 않은 무승부다. 

       <사실 우리 선수들은 너무 잘했다. 그래도 미래를 생각하면 쓴소리가 약이다>  


 1. 스타일의 결여 - 다양한 공격 옵션이 적절히 가동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슈팅은 후반전에 집중됐다. 기성용의 중거리슈팅, 구자철의 크로스바를 때린 슈팅과 돌려놓는 헤딩, 남태희의 감아차기 슈팅 등 골과 근접했던 장면이 속출했다. 그러나 슈팅의 위치를 보면 거의 다 박스 밖이다. 루트는 비교적 다양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사이드 외곽과 아크 중앙, 박스 안에서 고루 터졌다. 결정력이 아쉬웠다. 박주영, 김보경의 마무리가 부족했다. 하지만 필자는 대한민국의 무득점 이유를 결정력 부족 같은 원론적인 얘기가 아닌 '스타일의 결여'에서 찾고 싶다. 홍명보호의 공격 자원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그 어느 대회보다도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박주영, 남태희, 구자철, 김보경 네 선수 중 색깔이 겹치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다들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졌다. 이 넷의 화학작용이 일어날 경우 시너지는 대단하다. 그것은 세네갈에서도 입증됐다. 

 하지만 이 날은 왠지 모르게 이들의 몸놀림이 무거웠다. 구자철만이 몇몇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킬러패스를 뿌리며 제 몫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경력자 답게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커팅도 좋았다. 남태희도 후반전에는 나아 보였다. 박주영과 김보경은 지난 두번의 평가전 때보다는 부족했다. 두 선수의 스타일을 극대화 해낼 기회 자체도 드물었다. 박주영 같은 경우는 2선의 공간패스에 동물적으로 빠져 들어가는 순간 움직임에 이은 간결한 터치, 김보경은 과감한 돌파에 이은 임팩트 있는 슈팅이 장점인데 그걸 만들어낼 패스줄기가 매끄럽지 못했다. 

 그것은 어찌보면 대한민국과 멕시코가 그만큼 중원에서 치열했다는 방증이다. 전반전 슈팅이 거의 없어 지루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박주영의 교체가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홍명보 감독의 의도는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며 현실화 됐으나, 욕심을 좀 더 부리자면 홍명보호로선 역시 한골이 필요했다. 백성동 카드는 그래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백성동도 이날만큼은 스타일을 잃어버렸다. 이는 백성동의 최근 폼, 전술 적응력 등과 무관치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밋밋했다. 안으로 꺾어들어가면서 때리는 슈팅이나, 순간의 의외성을 만들수 있는 드리블의 마법이 전혀 없었다. 홍명보 감독과 팬들이 백성동에게 기대하는 것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예측불허의 무질서함이다. 
 
 지동원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첼시전의 아름다운 데자뷰를 일으키기엔 5분은 역시 짧다. 지동원 투입이 10분 정도만 빨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지동원도 작년 아시안컵 만큼의 폼은 아니다. 당시 구자철 - 지동원의 '지구 특공대'를 기대하는 팬들이라면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구자철은 당시보다 성장한 반면, 지동원은 감각이 떨어져 있다. 김현성의 몸상태가 괜찮았다면 오히려 홍 감독으로서는 김현성의 투입도 고려해 볼만했다. 지동원 특유의 간결한 원터치와 깔끔한 플레이를 기대하기엔 멕시코의 후반 역습이 매서웠고, 찬스 자체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6명의 공격 자원 중 본인이 가장 잘 할수 있는 플레이를 한 건 구자철 뿐이다. 남태희 정도를 뺀 나머지 넷은 그들만의 스타일을 잃어버렸다.  

       <클래스의 차이를 느낄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선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사방팔방 뛴 박종우를 더 칭찬하고 싶다>

 
 2. 중원에서의 무리한 볼 지연 행위 - 지쳤을 때는 최대한 간결해야 했다

 이는 후반 막판 불거진 장면이다. 대한민국은 막판 10분에 다 잡은 승점 1점을 빼앗길 뻔했다. 이것은 어느 한 선수만의 책임이 아니다. 대체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원 운영은 아주 좋았다. 막판 몇 분정도를 빼고는 말이다. 하지만 89분 잘해도 1분 '아차' 하면 지는게 축구다. 멕시코는 에레라를 빼고 엔리케를 넣으며 허리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히메네즈, 도스 산토스 등 총력전을 펼쳤다. 그럴때는 최대한 간결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허리, 그것도 아군 쪽 허리 지역에서 무리한 드리블 혹은 패스를 하다 볼을 빼꼈다. 그 이후의 상황이 얼마나 아찔했음은 팬들도 잘 알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플레이였다. 공간은 협소했고 더군다나 우리 지역이었다. 체력은 닳을대로 닳은 후반 종반부의 상황이었다. 원터치로 간결하게 넘겨 압박에서 벗어나거나, 얼른 볼을 오픈된 공간으로 운반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터치는 투박했고 무엇보다 볼을 오랫동안 끌다 보니 상대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은 멕시코에 극적인 기회를 내주어야 했다. 박종우 같은 경우는 MOM으로 선정될 만큼의 활동량과 커버 플레이를 펼쳤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게 아쉽다. 홍명보호는 박종우의 수비 부담을 분담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김보경 특유의 돌파가 거의 막혔다. 김보경이 살아야 측면이 산다>


 3. 포메이션 변화 적응의 문제 - 과연 측면 활성화에 유리한 전술이었나
 
 홍명보호의 스타팅 포메이션은 4-4-1-1 이었다. 이는 다소 의외다. 홍명보호의 메인 포메이션은 4-2-3-1 이었고 최근의 평가전에서도 그 틀을 그대로 가져갔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일면 수긍이 간다. 한국영의 낙마로 4-2-3-1의 2의 자리에 문제가 생겼다. 기성용이 있고 실제로 그를 실험해 성공을 거뒀지만, 아무래도 한국영이 있을때보다 가용 효율은 떨어진다. 또 하나는 멕시코를 상대로 맞불보다는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4-4-1-1은 4-4-2의 투톱 체제에서 원톱이 내려온 변형이라고 볼수 있다. 하지만 4-2-3-1 에서 3의 양 측면을 내린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4-4-1-1은 4-2-3-1 보다 더 수비지향적이게 된다. 양 날개를 미들로 내린 형태인 셈이다. 2선에 있던 양 날개가 3선에 가담하면서 미드필더 수가 늘어나고, 중앙 미드필더들과의 공조가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홍명보호의 4-4-1-1은 기동력이 뛰어난 멕시코를 상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2, 3선간의 간격도 나쁘지 않았다. 전반에는 별다른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 홍 감독의 전략은 수비적으로는 성공을 거둔것 같다. 그러나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처진 스트라이커 위치에 선 구자철은 프리롤 역할을 무난히 해냈다. 구자철에게 상당히 익숙한 옷이기에 쏙 들어 맞았다. 문제는 측면이다. 김보경, 남태희는 플랫 4-4-2 형태의 측면 미드필더보단 4-2-3-1의 윙포워드에 익숙한 선수들이다. 게다가 이들이 플랫 스타일의 측면 미드필더로 활용되면서 박주영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이는 박주영이 기회를 못가진 것과도 관계가 있다. 물론 중미의 수비 부담을 더는 홍 감독의 의중일지도 모르나, 공격쪽의 비효율은 불가피했다. 

 후반전에는 김보경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백성동이 들어오며 백성동이 왼쪽으로 빠지고 남태희가 구자철의 뒤를 받히는 형태로 갔다. 구자철은 스페인의 파브레가스와 흡사한 제로톱 역할을 수행했다. 이로 인해 남태희 - 구자철의 중앙 지역 공격은 점차 활기를 띄었으나 백성동 - 김보경은 어딘가 어색했다. 측면 지역에 한국과 멕시코 선수가 밀집되면서 빚어진 과밀화의 부작용일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전술 변화에 빠르게 녹아들지 못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지동원이 들어오며 서로간의 역할이 다시 바뀌었다. 다자간의 역할 구도가 변했지만 매끄럽기 보다는 어딘가 겉돌았다. 공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홍 감독의 고뇌가 또 한번 깊어질 것 같다.  

덧글

  • 스탠 마쉬 2012/07/27 08:21 # 답글

    뭐랄까...수비는 종료직전을 제외하면 안정적이었고, 계속해서 멕시코의 공격을 끊는것도 좋았는데, 공격이 시원찮았습니다...어제 박주영이 몸이 무거웠죠
  • 아우라 2012/07/27 12:11 #

    박주영은 확실히 지난 두차례 평가전 보다 못했습니다. 뉴질랜드전도 직관했지만 그때도 박주영은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잘 해냈습니다.

    수비는 마쉬님 얘기처럼 종료직전 빼고 잘 이루어졌던것 같아요. 특히 멕시코 측면을 봉쇄하는 움직임은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멕시코의 위협적인 측면 돌파가 그들이 보여줬던 지난 경기만큼 시원치 않았습니다. 상대진영에서 구자철 김창수를 비롯해 세네명이 공간을 압박하며 멕시코 선수를 사이드로 몰아내는 수비를 했죠.

    중원에서의 커팅도 좋았는데 문제는 그걸 다시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재커팅이 빈번했다는 겁니다. 그만큼 멕시코 허리도 만만치 않았죠. 끊어낸 걸 다시 살려나가야 하는데 거기서 다시 끊겨 버린점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지난 경기들을 보면 멕시코가 그 부분에서 약점을 노출했었거든요.

    멕시코도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은 어느정도 잘 해낸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스위스 주전 미드필더가 가봉전서 퇴장 당해 우리로선 잘 됐네요. 홍명보호는 다음 경기에서 승부수를 띄어야 될 것 같습니다. 스위스-가봉전 보니 자칫하단 최강자가 없는 의미에서의 죽음의 조로 얽히고 섥힐것 같아요.

  • 홍차도둑 2012/07/27 09:37 # 답글

    4-4-1-1 이 아니라 4-2-2 였습니다. 실질적인 움직임은요. 그렇게 되면서 이건 대놓고 '비기겠음' '실점할 생각 없음'으로 나온지라 0-0이 당연한 귀결이었지요.
  • 전술가 2012/07/27 11:40 # 삭제 답글

    홍차도둑님 말씀처럼 4-4-2였죠. 또 방어적이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 아우라 2012/07/27 12:21 #

    4-4-2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만 전형적인 4-4-2로 보기에는 구자철이 좀 자유분방 했던 것 같습니다. 뭐 원래 구자철은 그런 스타일에 더 적합하고, 사실상 박주영도 위치 자체는 많이 내려와서 큰 문제는 되지 않을것 같습니다만... 글은 이렇게 썼지만 사실 저도 잘했다고 봅니다.

    음 포메이션은 뭐랄까요. 최근에는 큰 숫자 나열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박주영의 빠진 후반에는 우리도 뭐 거의 제로톱 비슷하게 간 것 같습니다. 지동원이나 박주영이나 다 제로톱 전술에 녹아들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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