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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스위스전 승리 열쇠 '구자철 시프트' 런던올림픽



 힘든 승부였다. 후반 11분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 대한민국의 공격은 답답했다. 스위스는 대비를 단단히 하고 나왔다. 대열이 정확히 갖춰진 수비라인이었다. 2, 3선을 콤팩트하게 좁히며 공간을 좁혔다. 수비조직의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대한민국의 발을 꽁꽁 묶었다. 이미 가봉의 스피드에 혼쭐이 난 바 있던 스위스의 수비는 남태희, 김보경의 동선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스위스는 전반을 0-0으로 마치며 의도대로 경기를 끌고가는 듯했다.




 분위기는 멕시코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무승부로 끌고 갈수록 대한민국에게 유리할 건 없었다.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야했다. 측면, 중앙 패턴 모두 스위스에게 읽혔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타이밍에 '전술의 핵' 구자철이 그 역할을 했다. 공황에 빠진 공격의 흐름을 바꿨다. 첫 골 어시스트는 남태희 였지만, 시발점은 구자철이었다. 선제골 이후 대한민국의 공격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비록 곧바로 실점했지만 다시 진열을 가다듬고 몰아 붙일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낸 계기가 됐다.   

 반전의 핵심은 구자철의 위치 변화에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발한 구자철은 전반엔 전방 지향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는 비단 공격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반의 구자철은 과거 유상철이 보여줬던 전형적인 중앙 멀티맨의 움직임을 가져갔다. 비록 더블 볼란테 앞선에 있었지만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롤에 더 가까웠다. 23분 상대 풀백 로드리게스가 구자철의 저돌적인 압박에 한참 해맸다 겨우 탈압박했던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남태희가 직선적이고 김보경이 정적이었다면 구자철은 보다 더 횡적이었고 가장 활발했다. 그의 포어체킹에 2선의 수비부담은 줄어들었다. 

 전반전 구자철은 패스 위주의 '패서'보다는 활동량으로 지역을 커버하는 '러너'의 역할이었다.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패서로서의 롤이 줄어들자 당연히 측면으로 향하는 패스 줄기도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공간을 창출하고 패스를 주고 받기엔 김보경의 동선 폭이 현저히 좁았고 이는 스위스 수비가 그만큼 잘 이루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남태희는 혼자였다. 볼끌기와 무리한 돌파 시도도 있었지만 이는 남태희만의 의지는 아닌것 같다. 남태희가 올라왔을때 그를 지원하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전반전 구자철이 공격 재능을 드러냈던 건 전반 36분 박주영에게 찔러준 패스 장면이었다. 비록 박주영의 운좋은 슈팅이 베날리오에게 막혔지만 이 장면은 구자철이 '패서'로서의 센스를 가감없이 드러낸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홍명보호가 공격을 잘 풀어나가기 위해선 진작에 이러한 패스 시도가 종종 이뤄졌어야 했다. 스위스는 2, 3선의 간격을 상당히 좁히고 한국 미드필더를 옥죄는 수비를 펼쳤다.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뚫어내는 방법은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킬러패스였다. 




 구자철은 전반 종반 김보경과 위치를 바꾸며 상대를 교란했다. 하지만 마무리 패스가 1선으로 잘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전 약간의 위치변화가 있었지만 효과 역시 미미했다. 구자철 시프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된건 후반 초반이다. 구자철이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남태희와의 콤비네이션을 만들어 냈고, 남태희는 간결한 크로스로 박주영의 골을 도왔다. 구자철의 이동은 남태희가 보다 더 상대진영에 파고들수 있도록 했다. 구자철이 측면으로 빠진 빈공간은 박종우가 올라가 메웠다. 이 일련의 과정은 1. 남태희의 활용도 제고 2. 윤석영, 김보경의 좌측면 공격 강화 3. 박종우의 중앙 커버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16분 남태희 대신 백성동이 들어오자 구자철은 다시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는 백성동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백성동은 남태희보다 중앙 지향적이다. 돌파해 들어가 크로스를 올리기 보다는 아르연 로벤처럼 드리블로 툭툭 치다가 마무리를 짓는 타입이다. 백성동의 투입은 구자철 측면 지원의 당위성을 줄여준다. 이는 곧 구자철이 중앙에 집중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또 기성용이 윤석영의 적절한 오버래핑을 돕기 위해 왼쪽으로 이동했다. 구자철의 중앙 이동은 기성용의 '왼쪽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적절한 전술적 결단이었다. 

 결국 변화무쌍한 구자철 시프트는 상대 수비에 혼란을 주었다. 때로는 김보경과의 스위칭으로, 때로는 남태희에게 밀어주는 패스로 전반에 없던 기회를 계속 만들어 나갔다. 제 2옵션인 백성동, 지동원의 가세는 또 다른 조합을 만들었다. 지동원도 측면에 상당히 능하고 연계가 좋기 때문에 실제로도 후반에 찬스를 만드는 장면이 연출됐다. 김보경의 결승골도 결국 구자철의 발끝에서 나왔다. 구자철이 왼쪽을 공략하며 정갈히 차려낸 밥상에 김보경이 숟가락을 제대로 얹혔다. 박주영, 김보경의 골도 좋았고 기성용의 경기운영도 언제나처럼 매끄러웠다. 하지만 승부를 결정지은 건 차이를 만들어낸 '구자철 시프트' 였다. 

덧글

  • 스탠 마쉬 2012/07/30 10:42 # 답글

    박주영-멕시코전이랑 다르게 적극적인 모습이 좋았음. 어제 대부분 유효슛팅을 담당
    김보경-갑
    기성용-경기운용이 훌륭
    구자철-최종 공격연결의 핵이었죠..마지막에 지동원에게 패스가 조금만 빨랐어도.
  • 아우라 2012/07/30 12:33 #

    구자철이 이동하면서 김보경이 살아나더군요. 전반전만 놓고 봤을때 김보경은 멕시코전보다 더 답보상태에 빠졌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스위스가 포백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 3명을 배치했기 때문에 수비 블록이 전지역에 걸쳐 상당히 탄탄했습니다. 후반에 우리 공격진의 일사분란한 스위칭이 스위스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죠.

    구자철의 멀티성은 올림픽과 같은 단기전에서 상당히 유효한것 같습니다. 구자철 본인이 소속팀에서도 그랬듯 다양한 포지션을 맡아봤었고, 체력 또한 몰라보게 좋아졌고요. 기성용도 궤도에 오른것 같아요. 일정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항상 보여주고요. 움직임도 상당히 영리합니다.

    측면이 다소 아쉬운데 아무래도 남태희, 김보경이 예선이나 연습경기 때 보여줬던 것만큼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탓일까요. 문득 이청용이 생각나더군요. 이청용이었으면 기성용과의 콤비네이션과 다른 선수들과의 유기성에서 더 좋은 부분전술들을 구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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