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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에겐 2%가 필요하다 2012-2013 EPL



 '스완지 키' 기성용이 15라운드 아스날전을 비교적 무난하게 치렀다. 스카이스포츠 등 영국 현지 언론들도 기성용에게 6~7점 사이의 평점을 매길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는 평을 내렸다. 사실 플레이 자체는 현지 언론의 말처럼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박수를 보낼만 했다. 전반 13분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장면은 예술이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기성용의 '역대급' 플레이였다. 이어진 패스는 앙헬 랑헬의 결정적인 슈팅으로 이어지는 공격 시발점이 됐다. 전반 20분에는 전매특허인 찢어주는 롱패스가 동료에게 정확히 꽂혔다. 이 두 장면은 제대로 된 숏,롱패스와 드리블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기본기의 교과서'였다.

 기성용에 대한 극찬은 지난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전 이후 극에 달했다. 현지 언론들은 그에게 "패스 강약은 물론 타이밍 조절이 탁월하다" "숏패스는 물론 중거리 슈팅 능력도 상당하다" "플레이가 영리하다"며 찬사를 보냈다. 사실 기성용의 연착륙은 무서울 정도로 빠른 편이다. 적응기를 '뚝' 잘라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페이스다.(물론 미추에 견줄바는 아니지만) 셀틱 시절에 비하면 세곱절 이상은 적응이 빠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팀 내 입지 구축 속도도 무섭다. 기성용은 스완지가 올시즌 두 자리 수 경기를 채 치르기도 전에 이미 주축으로 성장했다. 기성용의 출전 횟수는 팀내 아홉번째다. 총 14경기(리그 11경기, 컵 3경기)에 나왔다. 리그 11경기 중 풀타임이 무려 아홉번이다. 뉴캐슬전 햄스트링 부상과 이적 초반 적응 문제를 감안한다면 팀이 치른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한 셈이다. 라우드럽 감독이 기성용을 즉시전력감으로 데려왔다손 치더라도, 타 선수들의 부적응 사례를 볼때 기성용 같은 케이스가 결코 녹록지는 않다.




 라우드럽 감독의 전술 핵은 사실 기성용 보다 미구엘 미추에 근접해 보인다. (곁가지로 나단 다이어와 라우틀리지의 공격 지원, 최근에는 파블로 에르난데스가 해결사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전술의 중심축을 두개로 넓히면 기성용이 포함된다. 미추는 허리 윗선, 기성용은 허리 아랫선에서 가동되는 톱니바퀴다. 라우드럽 감독이 전술 뼈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두 선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흥미로운 점은 미추와 기성용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라우드럽 감독의 추구하는 축구철학과 평행이론을 그린다는 것이다. 두 선수는 비슷한 체격 조건 외에도 유연함, 볼 다루는 센스, 키핑력 등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흡사한 부분은 바로 '멀티성'이다. 미추는 스완지에서의 롤이 무려 세 개다. 팀 상황에 따라 최전방과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혹은 측면까지 커버한다. 기성용은 중앙과 포백 바로 윗 지역을 전담할 수 있다. '스완지 척추' 기성용과 미추의 교집합은 허리 지역에서 생긴다. (물론 패스 줄기의 상호 작용과 기여도를 놓고 볼때 레온 브리튼을 빼놓을 수 없다) 둘의 '멀티성' 덕분에 스완지는 치코에서 기성용, 기성용에서 미추에게 가는 볼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라우드럽 감독은 미드필더로 분류되면서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뽑내는 미추를 작전판의 중심에 놓는다. 미추의 포지션에 따라 기성용의 역할이 제고된다. 시즌 초반에는 팀 사정상 미추가 최전방에 올라갔지만 공격수 파블로와 쉐크터가 가세하며 미추의 가용폭이 넓어졌다. 한쪽 기어가 내려오니 기성용의 역할 변속도 당연지사. 올시즌 기성용의 포지션을 분석하면 이해가 쉽다. 기성용은 9번의 선발 출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4번, 수비형 미드필더로 5번 기용됐다. 라우드럽 감독의 최근 선택은 후자에 기운다.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셰크터를 임대해 오며 미추의 활동 영역이 내려왔다. 아스날전에서도 기성용은 브리튼과 단짝을 이루며 더블 볼란치를 형성했다. 윗선에 다이어, 미추, 데 구즈만을 일렬로 배치하고 최전방에 셰크터가 서는 4-2-3-1 전형이었다. 파블로마저 돌아온다면 스완지로선 굳이 미추를 최전방에 놓을 필요가 없다. 현재처럼 미추를 공미로 활용할 공산이 더욱 크다. 연쇄적으로 기성용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에 비중이 가해질 것임은 자명하다. 지금처럼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서 후방에서의 빌드업을 지원하면서 말이다. 




 스완지가 아스날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 같다. 선수 개개인의 역할은 팀에 귀속된다. 현재의 흐름이 현상을 반영한다. 기성용이 팀 상황에 따라 전진 배치 될 수도 있지만 스완지의 공격 자원은 시즌 초보다 풍성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완지가 기성용에게 요구하는건 보다 수비적인 롤이다. 때문에 그가 아스날전 보여줬던 2차례의 실책이 아쉽다. 전반 42분 위험지역에서의 실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69분 백패스는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일단 스완지 진영이었다. 치코에게 백패스를 하는 자세가 불안했다. 다행이 치코의 태클 클리어링이 아니었다면 지루에게 골을 허용할 가능성이 컸다. 심판의 위치와 성향에 따라 페널티킥을 줄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안정적인 볼처리가 아쉬웠던 대목이다. 완벽을 요구할 순 없다. 런던 올림픽 이후 강행군을 해나가는 기성용이다. 후반전 체력부담과 집중력 부족, 판단 미스가 비극으로 이어질 뻔 했다. 

 전체적으로 볼때 기성용의 EPL 데뷔 시즌은 현재까진 아주 순조롭다. 특히 패스에 있어서는 '마스터급' 기량을 보이고 있다. 698번의 패스 중 644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이 무려 92.3%다. 미켈 아르테타(93%), 페어 메르데자커(92.8%), 리오 퍼디난드(92.7%)에 이어 EPL 4위에 랭크돼있다. 메르데자커와 퍼디난드가 수비수임을 감안한다면 미드필더 중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유럽 대륙으로 범위를 넓혀도 10위다. 샤비(1위, 95.1%)와 루이스 구스타보(2위, 94.1%) 등 '명인급 패스마스터'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안 난다. 기성용이 명품 패서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는 반증이다. 이제 이 23살의 한국산 미드필더에게 필요한 건 포지션 외연 확대에 대한 적응이다. 또한 안정성과 보수성을 담보로 한 '실수 줄이기' 게임에서 이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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