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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극장' 164번째 작품, 흥행 대박 이유 2012-2013 EPL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164번째 맨체스터 더비는 잘 만들어진 한편의 '웰메이드 무비'였다. 지역을 넘은 리그 양대 산맥의 충돌, 3-2 펠레 스코어, 극적인 인저리 타임 역전골, 극성 팬 난입, 홈 팬의 동전 투척으로 발발한 퍼디난드 유혈 사태, 심판의 흔들리는 모습 등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렇게 올 시즌 첫 맨더비는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경기로 남을 것 같다. 루니 주연(반페르시는 헤드라인을 가져갔지만 루니는 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됐다), 반페르시 조연이라는 게 맨시티 팬 입장에서는 아쉬울 법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밤 이 경기를 관전했던 대다수의 팬들의 눈과 귀는 즐거웠을 것이다. 쾌락의 핵심은 시소게임의 인과관계, 그것을 발생시킨 주변 정황과 경기력, 그리고 두 연출가(퍼거슨, 만치니)의 임기응변적인 극 구성 능력에 다름 아니다.



 
 극장의 단초는 맨유가 제공했다.  

 올 시즌 맨유는 더욱 극적이다. 팀 컬러였던 강한 수비력이 실종됐다. 대신 공격력은 배가됐다. 실점이 많은 대신 득점도 많다. 맨유의 그러한 변화가 이티하드 스타디움을 초대형 멀티 플렉스로 만들었다. 반전의 계기를 만든 주인공은 루니였다. 루니는 단 28분만에 두 골을 넣었다. 게다가 골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특히 15분 선제골은 루니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골이었다. 공의 진행 방향을 살려 디딤발을 짚고 볼을 꺾어 돌리기란 그리 쉽지 않다. 순식간에 세 명의 수비수는 바보가 됐고 조 하트의 두 다리는 얼어 붙었다. 1막의 연출가는 퍼거슨이었다. 두 득점루트는 맨유의 전매특허인 '카운터어택'과 '측면 크로스'다. 유효슈팅 2개가 모두 골로 연결됐다. 원인은 단순한 연결과 정확한 패스에서 찾을수 있다. 주특기 2개를 확실한 방법으로 살렸다. 그들이 가장 잘 할수 있는 것을 적지에서 맘껏 구현한 것이다.

 
 루니가 전반 주인공이 될수 있었던 까닭  

 이날 루니는 뛰어났다. 맨유는 올 시즌 반페르시를 영입하며 루니의 포지셔닝을 달리 가져갔다. 골잡이로서 자존심이 상할수도 있다. 하지만 루니의 광범위한 역할 수행 능력은 역시 빛났다. 팀 내 최다 어시스트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이다. 과거 램파드 보다 더욱 '미들라이커'에 어울리는 작금의 루니다. 오늘 루니는 환상적이었지만 모든 것엔 인과관계가 있는 법. 맨시티의 헐거워진 수비 구성을 간과할순 없다. 최강 센터백 듀오 콤파니-레스콧이 세트로 빠졌다. 특히 콤파니는 부상 부위가 다시 도지며 20분만에 콜로 투레와 교체 됐다. 나스타티치와 콜로 투레가 중앙에서 호흡을 맞춰야 했다. 좀처럼 가동되지 않는 생소한 조합이다. 이 콤비는 전반 45분에 불협화음을 내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라인에도 영향을 줬다. 맨시티 포백은 뒤로 처져 있었고 2선과의 간격도 벌어져 있었다. 루니가 뛰어 놀 공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에반스 공백. 만치니 '신의 한 수'가 쓴 반전의 서막

 드라마엔 역시 반전이 있어야 제 맛이다. 에반스가 콤파니의 데칼코마니였다.(더군다나 에반스는 지난 시즌 맨더비서 퇴장을 당했다) 후반 3분 에반스 대신 스몰링이 들어왔다. 사실 에반스의 교체는 어느정도 예견됐다. 경기 내내 사타구니를 쓰다듬던 그였다. 이로써 양 팀의 수비 중추가 똑같이 빠졌다. 맨유도 맨시티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한 장의 카드를 낭비하게 됐다. 어찌됐건 맨유는 승부의 무게추가 다시 맨시티 쪽으로 쏠릴 여지를 제공했다. 이 틈을 타 3분 뒤 '2막 연출자' 만치니 감독이 까메오를 출연시키기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그 대상은 '애증의 인물' 테베스였다. 후반 13분 반페르시의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맞추지 않았다면 극은 싱겁게 끝났을거다. 하지만 바로 1분 뒤 테베스는 야야투레에게 어시스트를 하며 회생의 불씨를 살렸다. 테베스 투입은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전반까지 신통치 않았던 실바와 나스리가 동반으로 살아났다. 부진했던 발로텔리 대신 테베스가 맨유 진영을 휘저으며 스위칭을 하자 실바, 나스리, 아구에로에게 공간이 생겼다. 분위기를 탄 맨시티는 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사발레타의 멋진 다이렉트 슈팅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극 마무리는 반페르시. 동전 맞은 퍼디난드의 눈엔 선혈만이

 양 팀은 각각 제코와 웰벡을 투입하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반 페르시, 그리고 그의 도우미 나스리였다. 한 골이면 리그 선두가 바뀌는 순간. 팽팽한 균형을 깬건 반페르시의 한 방이었다. 그것도 90분에 반페르시는 왼발 프리킥 한방으로 이티하드를 침몰시켰다. 반페르시의 볼은 나스리를 스치고 굴절돼 골대 왼쪽 모서리로 빨려 들어갔다. 나스리를 맞지 않았다면 조하트가 막을수도 있을 법한 볼이었다. 결국 전반 내내 부진했던 나스리도 연출에 일조했다. 테베스, 아구에로에 제코까지 넣으며 쓰리 스트라이커 체제로 갔던 맨시티는 남은 4분 또 한번의 반전을 노렸지만 더 이상은 없었다. 퍼디난드가 홈 관중들이 던진 동전에 왼쪽 눈을 맞아 피 범벅이 됐을 뿐이었다. 우유부단한 주심의 판정은 양팀 선수들에게 분노를 더했다. 테베스가 달려가 악을 썼고, 약관의 필존스도 흥분했다. 차분한 가레스 베리도 이날만큼은 신사가 아니었다. 인물, 사건, 배경. 이날 맨체스터 극장의 164번째 작품엔 극의 3요소가 제대로 녹아 있었다. 이티하드엔 또 다른 역사가 씌여졌다. 
  

<유로스포츠 평점>

맨시티 : 조하트 6 사발레타 8 나스타티치 6 콤파니 6 클리시 6 나스리 6 배리 5 야야투레 7 실바 7 아구에로 7 발로텔리 5 콜로투레 5 테베즈 7 제코 6
맨유 : 데헤아 8 하파엘 6 퍼디난드 7 에반스 7 에브라 7 발렌시아 6 클레버리 7 캐릭 6 영 8 루니 9 반페르시 8 필존스 6 스몰링 8 웰벡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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