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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테즈의 '다비드 루이즈 실험'은 성공할수 있을까 2012-2013 EPL



<이 남자의 보직 변경이 최근 첼시의 상승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뛰쳐 나가고 싶어 근질거릴때부터 알아봤다> 


 블루스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베니테즈 감독 부임 후 2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던 첼시가 이후 7경기에서 6승을 거두며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최근 행보는 놀랍다. 7경기 중 5경기에서 3골 이상 기록했다. 특히 지난 19일 리즈와의 컵대회 5라운드에서 5-0 대승을 거두더니 리그 18라운드 아스톤빌라전에서는 무려 8골을 몰아치며 막강 화력에 방점을 찍었다. 노리치전에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경기들을 놓고 볼때 첼시는 분명 변하고 있다. 성적도 어느덧 3위다. 2위 맨시티 보다 한경기를 덜치른 현재, 그들과의 승점차는 '4'로 좁혀졌다. 양강구도가 3강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소리없이 슬금슬금 치고 올라오는 첼시다.

 무엇이 지지부진하던 첼시를 변화시켰을까. 최근 몇경기로 그들의 업적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베니테즈 감독 체제 초반 "라파 아웃"을 외치던 첼시팬들의 비난이 다소 줄어든건 사실이다. 첼시의 공격력은 확실히 강해졌다. 그것은 성적으로 연결됐다. 전체 시스템의 변화는 없었다. 베니테즈 감독은 디 마테오 시절의 4-2-3-1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했다.(베니테즈는 리버풀 시절에도 4-2-3-1을 즐겨 스곤 했다) 스쿼드 구성도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었다. 베니테즈가 디 마테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베스트 11을 고정으로 정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니테즈도 물론 안정을 추구하지만 그는 보다 더 기술을 중시하며 실험적인 성향의 감독이다. 베니테즈의 팀 리빌딩 핵심은 '개개인의 역할 재설정' 물론 그것은 원톱인 토레스의 극대화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베니테즈는 최근 다비드 루이즈의 쓰임새를 재고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베니테즈의 실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베니테즈는 선수의 개성을 발굴하고 그것을 피치 위에 구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감독이다. 루이즈는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사실 첼시는 이번 시즌 중원 구성에 어려움이 많았다. 아자르와 오스카를 영입하며 공격 2선까지는 온전했지만 그들을 받히는 3선이 문제였다. '중원의 핵' 램파드의 잔부상에 이어 '신성' 로메우마저 무릎 부상이 장기화 됐다. 실질적으로 풀가동할 수 있는건 미켈과 하미레스인데 첼시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엔 두 선수로는 무리가 따랐다. 더군다나 하미레스가 더블 피벗의 한 자리에 딱 들어맞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하미레스는 가끔씩 허리에서 밀고 들어가는 공격 전진에는 번뜩이지만, 수비력에 있어서는 종종 허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 첼시의 홀딩 자원은 과거 에시앙과 라울 메이렐레스(물론 에시앙은 부상이 길었지만)가 있었을 때보다 중원 장악에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하미레스는 진화하고 있지만 에시앙, 메이렐레스보다 수비의 중요 덕목(볼커팅, 활동량, 투지)이 낫다곤 볼수 없고 램파드 또한 제라드와 같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  


<다비드 루이즈의 클럽월드컵 몬테레이전 활동 분포도. 사선 이동의 경향을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베니테즈의 '루이즈 재활용'은 고무적이다. 루이즈의 역할 이동은 로메우의 장기 부상과 인과관계가 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지난 클럽월드컵 몬테레이전은 베니테즈의 루이즈 시험대였다. 만약 여기서 루이즈가 부진했다면 실험은 거기서 끝나거나 코린티안스와의 결승전까지만 갈 공산이 컸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루이즈의 전진은 상대 수비에게 부담을 주었고 앞선 세 미드필더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연쇄적으로 토레스도 골을 넣으며 살아났다. 루이즈의 활동 영역을 보면 하프라인을 기준으로 40m 반경에서 상당한 움직임을 보인다. 운동장을 상하로 쪼개면 하프라인 윗선, 즉 수비보다 공격 지원에 더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미켈의 커버가 있기에 가능했다. 운동장을 좌우로 나누면 동선이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집중되는데, 레프트 인사이드 센터백인 루이즈를 그대로 레프트 홀딩으로 올린 결과다. 최근 첼시 경기를 보면 콜보다 아즈필리쿠에타 쪽에서의 오버래핑이 더 종종 이루어지는데, 이는 밸런스 유지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 몬테레이전 루이즈는 아자르나 오스카와 연계를 하거나, 간헐적으로 중앙으로 파고드는 플레이를 보였다. 결국 루이즈는 이 대회에서 실버볼까지 수상했다.    

 지난 아스톤빌라, 노리치와의 리그 2연전에서도 베니테즈는 홀딩의 한자리에 루이즈 카드를 뽑아 들었다. 노리치전에서는 조용했지만 빌라전 루이즈는 물 만난 물고기였다. 몇몇 섬세하지 못한 장면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첼시의 공격 작업을 원활히 하는데에 기여했다. 올시즌 루이즈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합쳐 20경기 중 3번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아직 수치화 시키기엔 경기 수가 적지만 평점은 외려 센터백 시절보다 낫다. 센터백으로 나온 18경기서 6.95점 홀딩으로 출전한 2경기서 7.86점(아스톤빌라전 8.86점)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베니테즈의 결단은 현 첼시의 수비진을 고려하면 다소 놀랍다. 주축 존 테리가 빠진 상황에서 중앙 수비 루이즈를 과감히 올렸다. 그리고 중앙과 측면 둘 다 가능한 이바노비치를 케이힐의 파트너로 세웠다. 센터백 잉여자원은 0이다. 이바노비치를 중앙으로 돌릴수 있는것은 페레이라와 라이언 버틀란드의 존재 때문이다.
 
 베니테즈 감독은 루이즈의 또 다른 잠재력을 끌어냈다. 루이즈 자신도 중앙 수비의 어려움을 종종 털어 놓은적이 있다. 램파드도 영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루이즈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적합한 선수"라는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사실 루이즈의 수비형 미드필더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유소년 시절 브라질 빅토리아 클럽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위치에서 좀처럼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센터백으로 보직을 변경하기에 이른다. 2008/2009 시즌 벤피카에선 거의 모든 경기를 라이트백으로 소화했다. 첼시에서는 줄곧 중앙 수비였지만 잦은 실수로 종종 도마 위에 올랐다. 제공권과 몸싸움, 기동력은 루이즈의 큰 장점이었다. 빠른 발은 상대팀 준족을 잡아내는데 유리했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동료들에게 귀감이 됐다. 하지만 장점이 뚜렷한 만큼 단점도 극명했다. 파트너와의 부조화와 위치 선정, 판단 미스, 지나친 공격성향, 볼을 끄는 버릇 등은 첼시의 최후방에 뭔지 모를 불안감을 가져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앙 수비수의 최우선 미덕인 안정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인 셈이었다.


<루이즈의 벤피카 시절 우악스런 모습. 라이트백은 루이즈의 부보직이었다>


 베니테즈는 루이즈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화 시켰다. 루이즈의 공격 성향은 센터백 위치에서 보다는 중원에서 보다 더 위협적이다. 루이즈는 맨시티의 야야 투레나 에버튼의 마루앙 펠라이니처럼 중원 깊숙한 곳에서 뒷바라지에 주력하다 한번에 올라가 번개같이 몰아칠 수 있는 선수다. (펠라이니는 올 시즌 보다 더 공격적으로 배치되고 있긴 하다) 루이즈는 어찌보면 투레와 펠라이니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 존재하는 유형의 선수 같다. 드리블을 좋아하는 브라질리언 특유의 습성은 지난 3경기에서도 간혹 드러났다. 지나치면 독이 되지만 현 루이즈의 위치는 그러한 창의적인 시도를 가끔씩은 보여줘도 되는 포지션이다. 차라리 중원에서 끊기는 편이 최종 라인서 위험을 초래하는 것보다 안전하지 않은가. 많은 이들은 루이즈의 패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이는 기우일지도 모른다. 루이즈의 패스 성공률은 수비수 치고는 높은 편이 아니나, 85%가 넘는 수치는 그보다 앞선 지역에선 준수한 편이다. 투박하다는 편견도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맨투맨에서는 파이팅이 넘치지만 사실 루이즈는 기술적인 수준이 상당히 올라와 있는 선수다. 중원 깊숙한 곳에서도 창의적인 패스를 뿌릴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가공할만한 중거리 슛 능력은 보너스다. 

 이러한 그의 장점도 수비력이 밑바탕 돼 있기에 꽃 필수 있다. 특히 볼 커팅 능력 만큼은 EPL 최고 수준이다. 지난 아스톤빌라전에서도 팀 절반에 가까운 인터셉트를 기록했다.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고 역습 시발점 역할을 해냈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미스들을 줄이고 동료 미드필더와의 유기적인 밸런싱을 만들어 낸다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합적인 측면(더블 볼란치를 놓고 볼때)에서는 미켈과의 호흡이 적절해 보인다. 미켈은 루이즈의 공격 성향을 희석시킬수 있는 선수다. 램파드와 뛴다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램파드-제라드처럼 공존의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때는 보다 수비적인 역할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풍부한 중앙 수비 경험은 이러한 인지와 실행을 가능케 해줄 것이다. 하미레스와는 보다 첼시가 적극 공세에 나설때 생각해볼수 있다. 빌라전 베니테즈는 후반 오스카와 하미레스에 신예 루카스 피아존까지 데뷔시키며 '브라질리언 판타스틱 4'를 구현했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에서 전개 가능한 전형이 될 것이다.  

 베니테즈의 전술 꼭지점이 토레스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 과정서 요구되는 것이 마타, 아자르, 오스카의 폭과 깊이를 활용한 빌드업인데 세 축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또 받쳐줘야 되는게 더블 볼란치의 역할이다. 세 미드필더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타일인데 공통점은 수비 부담이 가중됐을 때는 창의적인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곤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루니와 테베즈처럼 최후의 공격수이자 최초의 수비수에 최적화 된 선수는 아니다.(물론 누구나 그들 같을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루이즈의 보직 변경은 팀 전체 요소 중 하나의 변화임에도 간과할 수 없다. 루이즈의 역할 제고는 전술적으로 나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베니테즈의 4-2-3-1이 영국서 가장 위력을 발휘했을 때는 리버풀을 2위로 이끈 2008-2009시즌이다. 당시 리버풀의 라인업은 토레스를 극대화 시킬수 있는 구성이었다. 소위 제-토 라인으로 대변되는 '패서'로서의 제라드가 전성기였고, 그를 받치던 두 살림꾼이 마스체라노와 사비 알론소였다. 2012-2013 첼시를 2008-2009 리버풀로 등가 치환할순 없지만 변치 않은 건 토레스와 '조련사' 베니테즈의 존재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다비드 루이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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