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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EPL서 뛴다면? 빅클럽 상륙 가상 시나리오 (1) 2012-2013 EPL





필자가 글을 시작하기 전에 확실히 해두고 싶은건 "손흥민이 꼭 EPL로 가야 할 필요가 있나?"라는 점이다. 노출도와 대중성면에서 EPL이 팬들에게 세계 최고의 리그로 인식되고 있지만 분데스리가의 위상도 뒤질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손흥민의 함부르크는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첼시, 리버풀, 아스날, 토트넘에 못지 않는 명문 클럽이다. 물론 자금 사정을 들먹이면 할 말이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손흥민을 향한 함부르크의 사랑은 순애보다. 프랑크 아르네센 단장은 "1천200만 유로(약 166억원)로는 어림도 없다"며 토트넘, 첼시 등의 러브콜을 원천 차단했다. 이에 토트넘은 800만 파운드(약 135억원)에서 1000만 파운드(약 170억원)로 상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함부르크는 손흥민의 현재 연봉보다 3배 많은 200만 유로(약 30억원)를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구단 사정상 그만한 거액을 지급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다. 

지금으로선 손흥민이 독일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함부르크와의 계약기간이 내년 여름까지다. 손흥민 본인도 아직 남을 마음이 있음을 피력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지금은 함부르크에 더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은 아직도 함부르크에서 보여줄게 많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데뷔 3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반기 보다 주춤하지만 17경기 7골로 득점 10위에 자리해 있다. 1골만 더 넣으면 지난 두 시즌과 똑같은 득점을 올리게 된다. 독일에서 누적 커리어 정점을 찍을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다. 손흥민의 페이스와 이적 타이밍 상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계약 기간을 반드시 채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올시즌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올리고 팀 기여도를 높인 뒤 가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굳이 EPL이 아니어도 된다. 독일에도 좋은 클럽들이 많다. 독일 내에서의 클럽 이동은 장단점을 동시에 내포한다. 팀 적응 속도 단축과 자국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이라는 점은 장점이다. 단점은 그들이 이젠 너무나도 손흥민에 대해서 잘 안다는 점이다. 분데스리가의 모든 팀에게 손흥민은 경계 대상 1호가 됐다. 반면 EPL은 분데스리가와 다른 토양이다. 경기 템포, 스타일, 잔디, 주변 환경 등 모든게 다르다. 친정팀 함부르크를 떠난 다는건 어떤 면에서 갓난 아기가 엄마의 젖을 떼 다른 가정에 입양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도전은 꼭 EPL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손흥민이 꼭 해야 할 일이다. 그 무대가 EPL이라면 분데스리가와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손흥민에게 직접적인 관심을 표명한 팀은 토트넘과 첼시다. 두 팀은 지난 28일 브레멘전에 스카우터를 파견할 정도였다. 앞선 팀들만큼은 아니지만 리버풀과 아스날도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결국 맨유, 맨시티를 제외한 EPL 명가들이 모두 손흥민을 주목한 셈이다. 그럼 그들은 왜 손흥민을 버킷 리스트에 넣은 것인가. 그들에겐 진정 손흥민이 필요한가. 그리고 손흥민은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까. 이 글의 시작은 이러한 궁금증에서 비롯됐다. 손흥민의 경쟁력은 알려진대로 입증됐다. 하지만 무대가 EPL이라면? 그리고 상위권 팀의 일원이 된다면?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잉글랜드 땅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을까.




1. 토트넘
 
우선 손흥민에게 가장 관심을 갖는 토트넘을 살펴보겠다. 토트넘은 EPL에서 가장 뚜렷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팀이다. 또한 가장 빠른 카운터 어택과 강한 압박을 자랑하는 팀이기도 하다. 좌베일 우레넌은 이제 팬들의 귀에 익숙한 토트넘의 고유명사가 됐다. 손흥민의 행선지가 토트넘이 된다면 직접적인 포지션 경쟁자는 오른쪽의 아론 레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 손흥민이 치른 함부르크전 포지션을 분석해 보면 우측면에서 출전한 횟수가 압도적이다. 손흥민은 총 17번의 경기 중 11번(오른쪽 미드필더 10번, 오른쪽 공격수 1번)을 오른쪽에서 뛰었다. 효율과 평점도 이 위치에서 가장 높았다. 7골 중 5골이 오른쪽에서 터졌다. 우측면은 손흥민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지역이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오른쪽에 자주 기용되는건 팀 내 사정과도 연관이 있음을 부인할 순 없다. 원톱 자원에 루드 네브스가 있고 측면은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기 때문이다.) 베일이 토트넘에서 가장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라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베일이 과거에 레넌과 함께 측면을 직선적으로 오르 내렸다면 올시즌 베일은 방사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폭발력을 가진 베일이 프리롤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과거 맨유의 호날두와 흡사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이 왼쪽 플레이가 어색한 손흥민을 굳이 베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대리 배치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손흥민은 8년 터줏대감 레넌의 벽을 넘어야 한다. 필자는 레넌의 데뷔 시절부터 쭉 경기를 봐온 입장에서 손흥민이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라고 생각한다. 87년생인 레넌은 당초 기대보다 성장하지 못한 유망주 중 하나다. 우선 기복이 심하다. 잘 할때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곤 하지만 못 할때는 소위 '버로우'를 타는 경향이 있다.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이러한 선수는 현재의 조 콜이나 숀 라이트 필립스의 행보를 닮을 여지도 있는 것이다. 이는 속도에 기반한 테크니션들이 공통적으로 고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드리블이나 스피드에 비해 크로스와 슈팅 능력이 떨어져 마무리 작업에서 그리 결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손흥민이 경쟁 우위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손흥민은 양발의 밸런스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손흥민의 경기를 보다 보면 주발이 왼발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슈팅의 임팩트와 정확성도 수준급이다. 우선 공이 잘 뜨지 않는다. 웬만해선 유효슈팅으로 꽂힌다.




반면 레넌은 소녀슛에 가깝다. 크로스의 정확도도 떨어진다. 또한 손흥민은 사이드의 수직을 줄타기하는 레넌에 비해 인사이드 플레이에 능하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꺾어 들어가며 인프론트로 감는 그의 왼발은 이제 전매특허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써놓으니 손흥민의 장점이 슛에만 집중된 것 같은데 레넌의 최대 장점인 '쇼를 만들 수 있는 능력'에서도 비등하거나 오히려 최근에는 우위에 있는 것 같다. 손흥민은 동작이 큰데도 날렵하다. 마치 설기현의 부스터 버전같다. 순간 가속도로 수비수를 한번에 벗겨내 최적의 슈팅 각도를 만들어 낸다. 순속과 드리블의 디테일, 방향 전환에서는 레넌에 떨어질 수 있지만 과정을 결과로 이어가는 능력, 최상의 슈팅 환경을 조성해 피니쉬를 만들어 내는 능력 만큼은 한수 위라고 할만하다. 독일의 빌트지가 언급한 20cm의 신장 격차가 가져오는 제공권 우위는 덤이다. 분데스리가에서의 15골 중 머리로 3골을 넣었다. 왼발도 4골이다.         

독일의 빌트지는 또한 보아스 감독의 "겨울 공격수 영입 없을 것"이라는 인터뷰를 예로 들며 토트넘이 손흥민을 측면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영입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분석은 토트넘이 1월 이적시장에 중앙 미드필더인 홀트비를 영입하며 더욱 공고해졌다. 하지만 필자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손흥민이 측면에서 더 뛰어나긴 하지만 중앙에서도 파괴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마땅한 최전방 자원이 아데바요르와 데포로 한정되는 상황에서 손흥민의 가세는 토트넘의 중앙에 더욱 풍성함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력 포메이션인 4-2-3-1은 물론 4-4-2에서도 꺼내볼 수 있는 카드다. 4-2-3-1에서는 레넌과의 경쟁 혹은 로테이션도 가능하다. 사실 챔피언스리그를 노리는 토트넘으로선 더블 스쿼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손흥민의 영입은 측면과 중앙을 커버할 '1타2피'가 될 수도 있다. 레넌 대신 카일 노튼을 올린 경기도 있지만 상식적인 운용은 아니었다. 최근엔 중미 시구르드손마저 레넌의 교체로 나오는 점을 감안한다면 넘치는 중앙자원에 비해 부실한 것만은 사실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안착할 확률은 타 클럽에 비해 높아 보인다. 주력 포지션인 오른쪽은 레넌의 존재로 위협적이기는 하나 두텁진 않다. 토트넘으로서는 분명 보완해야 할 부분이고 손흥민은 그 퍼즐 조각이 되기에 충분히 성장했다. 다른 근거는 '투 뎀'인 무사 뎀벨레, 클린트 뎀프시로 시작해서 산드로, 허들스톤, 스캇 파커, 시구드르손이 교대로 받히는 중앙이 든든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 더 바르트 같은 크리에이티브의 부재는 곧 기회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보아스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은 손흥민의 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토트넘은 최근래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토트넘은 자국을 넘어 유럽 쇼크를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손흥민의 꿈을 키우기에 토트넘은 꽤나 괜찮은 무대다.  


덧글

  • 베깅유 2013/02/01 15:48 # 답글

    갠적으론 분데스리가에서 1~2년 더 활약했으면합니다
  • 아우라 2013/02/02 17:26 #

    내년 여름까지 함부르크에서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며 내공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 역사관심 2013/02/01 17:25 # 답글

    조만간 분데스가 70년대의 위력을 되찾을 거 같습니다.
  • 아우라 2013/02/02 17:30 #

    관중동원력은 이미 최고이고 경기력도 괜찮습니다. 독일 클럽들이 이번 시즌 챔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위상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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