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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원정 무승부' 퍼거슨이 무리뉴보다 여우였다 2012-2013 유럽 챔피언스리그



이번에는 퍼거슨 감독이 웃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4일(한국시간) 4시45분에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2-2013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일궜다. 원정골을 넣으며 비겼기 때문에 홈에서 2차전을 치루는 맨유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맨유는 2차전에서 0-0 무승부 이상만 거둬도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퍼거슨 감독은 역시 여우였다. 사실 경기 내용은 예상했던 흐름이었다. 장거리 원정을 떠나는 대다수의 팀들은 수비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레알 원정이다. 퍼거슨 감독은 필 존스, 발렌시아 등 레알 원정에 적합한 카드만을 쏙쏙 뽑아 들었다. 그리고 적중했다. 반면 '퍼거슨 천적' 무리뉴 감독은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됐다. 무리뉴 감독은 퍼거슨과의 14차례 승부에서 단 두 번 졌을 뿐이다. 첼시 감독 시절 퍼기의 맨유와 맞붙은 10경기에서 5승 4무 1패로 압도했다. 인터밀란 시절에는 2008-2009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 합계 0-2로 진 바 있다. 이 날도 무리뉴의 레알이 다소 우세하지 않을까 생각됐지만 퍼거슨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이날 반페르시는 미끼 공격수였다. 수비수를 붙이고 다니면서 웰벡 등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호날두 봉쇄 위한 필존스 카드 '절반의 성공'

이날 경기의 초미 관심사는 '퍼거슨이 호날두를 막기 위해 어떠한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인가' 였다. 퍼거슨은 누구보다 호날두를 잘 안다. 호날두는 맨유 시절 6년 간 애제자였다. 퍼거슨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 습성부터 조합적인 측면, 성격까지 경기 내, 외적인 면을 꿰뚫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점은 레알전을 준비할 때 상당히 요긴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호날두는 현재 레알의 전력의 반이다. 이 경기를 포함해 챔피언스리그 7경기 7골로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는 호날두다. 필연, 아니 필사적으로 막아야만 하는 호날두에 맞서 퍼거슨이 꺼낸 카드는 바로 필존스다. 

결과론적으로 필존스 카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퍼거슨은 최근 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하고 있는 필존스를 선발로 세웠다. 퍼거슨이 필존스에게 지난 에버튼전에서 펠라이니를 꽁꽁 묶었던 것처럼 호날두 봉쇄 임무를 부여했다. 그 결과 호날두는 전반에 득점했지만 그 이후에는 잠잠했다. 전반전의 호날두는 잦은 스위칭으로 필존스의 마크를 어느정도 따돌렸다. 그러나 필존스는 후반전에 호날두에게 더 강한 족쇄를 채웠다. 후반전 호날두는 측면보다는 중앙으로 움직였지만 필존스가 중원에서는 캐릭, 자기 진영에선 에반스와 협력 수비를 하며 호날두를 무력화시켰다. 호날두는 팀 전체 3분의 1이 넘는 10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난사에 불과했다. 


<필존스는 허리에선 캐릭과, 박스에선 에반스와 협력하며 호날두를 봉쇄했다.>


'무리뉴에 즉각 대응' 용병술의 승리

퍼거슨이 여우인게 무리뉴의 용병술에 즉각적으로 맞대응 했다는 점이다. 변화는 무리뉴가 먼저 가져갔다. 무리뉴는 전반 부진했던 벤제마를 빼고 후반 15분 이과인을 넣으며 공격 활로를 뚫고자 했다. 벤제마는 공격의 폭을 넓혀 종적인 호날두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제 역할을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무리뉴는 이과인으로 하여금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리게 하고 센터로 들어간 호날두가 방점을 찍게 했다. 실제로 이런 공격은 어느정도 잘 이루어졌다. 

이 상황에서 퍼거슨의 대응이 기가 막혔다. 카가와의 용도가 애매해지자 바로 긱스를 투입했다. 카가와는 전반전 몇차례 번뜩였지만 인상적이진 못했다. 퍼거슨은 수비가 좋은 루니를 허리 싸움에 가담시키고 카가와를 웰벡, 반 페르시와 스위칭을 의도했다. 수비력이 부족한 카가와를 넣은건 루니와 필존스의 존재 때문. 둘의 가세로 맨유는 기존 캐릭을 포함, 수비형 미드필더 셋을 두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카가와가 공격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못보이고 레알이 공세를 강화하자 노련한 긱스로 공수 밸런스를 맞췄다. 25분이라면 긱스가 무브먼트를 집중시킬 수 있는 시간의 양이다.   

9분 뒤 발렌시아를 넣은 건 디 마리아를 막기 위해서다. 후반전 양팀 통틀어 가장 빛난 건 디 마리아였다. 이에 퍼거슨은 웰벡을 빼고 발렌시아를 투입해 측면을 강화했다. 발렌시아 또한 공수 균형이 좋은 선수라 웰벡의 공격력을 그리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디 마리아를 견제할 수 있다. 무리뉴가 만만치 않은게 2분 뒤 잘 해주던 디 마리아를 뺀 점이다. 맨유의 측면이 두터워지자 무리뉴는 디 마리아를 빼고 모드리치를 넣었다. 이는 중앙의 호날두와의 연계를 위한 포석이었다. 측면은 포화 상태가 될 공산이 컸고 레알의 측면 공격 또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페페 투입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페페는 중앙 쪽에서 밀고 들어가는 움직임과 피딩이 좋다. 홈승리가 급한 레알이 알론소의 롱볼 공급으로 측면을 두드리느니 중앙서 모드리치 등과 원투를 치거나 세트피스에서의 한방을 노리겠다는 것. 퍼거슨은 이에 왕성한 활동량으로 체력이 소모된 루니를 빼고 보다 더 전문적인 중앙 자원인 안데르손을 넣으며 끝까지 중원 사수의 의지를 표현했다. 


<맨유는 레알을 박스 밖으로 밀어냈다. 레알은 박스 안에서 진땀 흘렸다. 맨유의 수비 효율이 더 좋았다.>


결국은 퍼기의 의도대로 끌고 간 경기

퍼거슨은 레알의 수를 모조리 읽었다고 볼 수 있다. 레알의 마지막 신의 한수는 모드리치였는데 그것조차 막혔다. 퍼거슨은 자신이 의도한 그림을 그렸다. 이것은 경기 결과로도 알 수 있다. 레알과 맨유의 슈팅 수는 28 대 13으로 두 배 넘게 차이났다. 그렇지만 유효슈팅은 8 대 6이었다. 이는 데헤아가 기록한 여덟 차례의 슈퍼 세이브 덕일수도 있지만 18야드 안쪽에서 슈팅을 허락치 않은 결과다. 레알의 54%의 슈팅이 아크 밖에서 나왔다. 이 지역의 슈팅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레알은 41%를 맨유 지역에서 반코트 경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박스를 내주지 않았다. 맨유는 중원과 수비 2선 간격을 콤팩트하게 유지하며 레알의 공세를 박스 밖으로 밀어냈다.  

레알의 숏패스는 446개로 266개의 맨유보다 더 아기자기 했지만 결정 지역에서의 성공률은 46% 대 54%로 맨유보다 낮았다. 레알(40번)은 맨유(18번)의 두 배에 달하는 크로스를 살리지 못한게 패인 중 하나다. 반면 맨유는 선빵을 꽂고 잠그는데 성공했다. 맨유가 아이러니한건 레알보다 롱볼 축구(맨유 60개, 레알 45개)를 많이 했는데도 박스에서 스루패스(맨유 4개, 레알 1개)도 더 많았다는 점이다.  퍼거슨이 루니를 평소보다 내린 것은 수비 강화 목적 이외에도 확률 높은 롱볼 공급을 위한게 아닌가 싶다. 카가와에게는 보다 종적인 면에서 의외성을 기대했다. 필존스와 캐릭의 조합에 루니를 공존시키고, 더불어 카가와를 어떻게든 활용하는 것을 보면 퍼거슨이 확실히 명장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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