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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빠진 스완지, 길 잃은 백조였다 2012-2013 EPL



로저스의 과거 유산(스완지시티)과 현재(리버풀)의 시즌 두번째 격돌은 현재의 완승으로 끝났다. 포제션 풋볼과 포제션 풋볼의 대결, 비슷한 점유율(54 대 46), 패스 성공률(88 대 82), 상이한 결과(5-0). 이런 류의 경기는 대개 써 내려가기 어렵다. 뻔한 결과와 인과관계 속에는 싱투적인 언어만이 남아 공허할 뿐이다. 


<라우드럽 감독의 선택은 현명해 보인다. 미추, 기성용 등 몇몇 주전들에겐 분명 휴식이 필요한 시기다.>


스완지를 위한 변명 '선택과 집중을 위한 스쿼드 구성'

스완지시티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올시즌 들어 가장 생소한 스쿼드를 들고 나와서 어쩔 수 없었다는 점. 스완지는 리그컵 결승전을 앞두고 기존 1군 멤버에 절반 정도의 2군을 섞어 1.5군의 스쿼드를 꾸렸다. 스완지가 유럽 무대로 가는 길은 리그보다 컵대회를 통한 방법이 훨씬 수월하다. 그런 점에서 안필드 원정을 앞둔 라우드럽 감독의 선택은 아주 현실적이었다. 스완지 참패의 기본 전제는 역시 스완지가 1.5군이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스완지의 1.5군은 빅클럽의 2군으로 봐도 무방하다. 1군과 2군의 실력차가 크다.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라우드럽의 포석이었다. 

사실 분석할 만한 가치는 떨어지는 경기였다. 성패의 요인이 앞서 언급했듯 비교적 극명했다. 몽크와 바틀리의 센터백 호흡을 본적이 있는가. 몽크는 올시즌 5번 나왔다. 바틀리는 이번이 첫 출전이다. 치코와 에슐리 윌리엄스 조합에 비할 바가 안된다. 왼쪽 티엔달리는 앙헬 랑헬의 백업 자원이다. 벤 데이비스를 제외한 포백 중 세자리가 올시즌 실전 경험이 가장 떨어지는 선수로 구성돼 있다. PK 2개를 내준건 미드필더인 아구스틴과 라우틀리지였다. 둘 다 수비 지역에 빈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무리한 방어를 가하다 위험 상황을 초래했다. 공격도 차,포 다 떼어냈다. 최전방에 쉐크터는 그래엄 시절에도 교체 자원이었다. 기본적으로 라우드럽이 선발로 거의 쓰질 않는 선수다. 라마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결국 라마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교체 돼 나갔다.  


수치만 보면 비슷한 경기, 슈팅 차이 10배 왜?

필자가 중점적으로 본 건 기성용의 존재 유무에 따른 스완지의 경기력 변화였다. 이날 경기를 보니 스완지에서 기성용의 역할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기성용의 빈자리가 확실히 느껴졌다. 스완지의 이날 부진이 기성용 외에도 미추, 다이어, 라우틀리지 등의 결장이 연쇄로 작용(라우틀리지는 후반에 나왔다.)했다손 할지라도 기성용의 공백이 적어도 2-30%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0-5'라는 스코어는 다소 이상하다. 서문에 밝혔듯 양 팀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 차이는 크지 않다. 물론 이러한 수치가 경기 결과로 이어지는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러한 수치가 32-3의 슈팅수 차이로 귀결되는 것도 상당히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럼 무엇이 이런 이상한 결과를 낳게 했을까.  

스완지가 올 시즌 치른 경기 중 가장 중원을 못 지킨 경기가 아닌가 싶다. 어떤 팀, 심지어 아스날을 만나더라도 55-60%의 평균 점유율을 유지하는 스완지다. 기성용의 있을 때의 안정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구스틴, 브리턴, 데 구즈만의 삼각 미드필더들은 공격 전개도 엉망이었지만 횡패스는 더욱 불안했다. 상대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에게 횡패스를 커팅 당하는 장면이 많았다. 횡패스 빌드업은 경기 완급 조절은 물론 점유율을 높게 끌어올리는 단초가 되는 작업이다. 스완지는 경기 중에 횡패스로 숨을 돌리다 서서히 쪼개 들어가는 스타일인데, 이날은 그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전에 중원에서 횡패스가 차단 돼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위험 지역에서 끊겼기 때문에 리버풀에게 많은 슈팅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실질적으로 리버풀의 유효슈팅은 35개 중 20개 뿐이었다. 리버풀은 난사도 많았지만 중거리슛도 많았다.  


<기라드와 제라드의 리턴 매치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공수 허브' 기성용 공백이 경기에 미쳤던 영향 

스완지의 이날 경기엔 기성용의 역할이 빠져 있었다. 그의 역할을 해줄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아구스틴은 브리턴의 파트너로 나섰지만 두 선수는 실전에서 발을 맞춰본 적이 거의 없다. 브리턴도 잦은 실수를 노출했다. 기성용의 임무는 포백 보호와 볼 소유권 증대, 그리고 빌드업 시발점 역할인데 기성용의 대체 자원들은 그 세 가지 항목에서 모두 약점을 보였다. 볼을 지키지도 못했으며 포백 커버도 잘 이루어 지지 않아 측면 미드필더들이 그 역할을 부분적으로 대신 수행했다. 기성용은 왼쪽 풀백 벤 데이비스가 오버래핑할때 그 방향으로 공격적인 패스 조합을 이뤄 나가곤 했는데(기성용이 전진패스를 가장 많이 뿌리는 쪽은 미추와 벤 데이비스다), 그가 빠지니 데이비스의 존재감도 상당 부분 줄어든 느낌이었다. 파트너 브리턴 효과도 떨어졌다.  

이날 스완지 멤버가 꽤나 바뀌었지만 이정도로 경기력에 차이를 보일 줄은 생각 못했다. 실질적으로 변화가 가장 없던 쪽은 중원이었다. 아구스틴이 백업 미드필더이긴 하지만 출전 시간은 적지 않다. 가장 바뀐 쪽은 중앙 수비 둘과 공격의 두 자리다. 그런데 오히려 가장 많이 밀린 지역은 역설적으로 중원이다. 이는 허리에서 수적 우위를 늘릴 수 있는 미추 대신 쉐크터와 라마가 들어간 영향도 크지만 수비 쪽에서 불안한 구역이 생기자 세 미드필더들이 수비 부담을 상당부분 가져가야 했다는데 기인한다. 결국 척추를 받치는 중앙에서 줄기를 단단히 세우지 못해 공수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치코-기성용-미추로 이어지는 척추 역할을 몽크-브리턴-쉐크터가 대신했지만 이쪽에서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에 상당 부분 관여하는 패스 허브가 기성용이다.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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