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토로그


에투 활용법, 안지가 풀어야 할 숙제 2012-2013 유로파리그



안지와 뉴캐슬의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은 아마 필자가 2013년도에 본 경기 중 가장 재미 없는 경기가 아닐까 싶다. 양 팀 통틀어 전반전 슈팅수 단 1개. 45분간 양 팀에게 수많은 기회가 나올 뻔 했으나 마침표는 없었고 과정만 난무했다. 가장 버티기 힘든 2-4시의 황금 시간대를 버린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을 금치 못한 찰나, 몇 개의 눈여겨 볼만한 상황이 나온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2011년 안지에 둥지를 튼 에투.      위키피디아>


안지 경기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번에 샤흐타르에서 건너간 윌리안이 과연 얼마만큼의 활약을 보일 것인가 였다. 형식상으로 윌리안은 원톱인 에투(실제로 에투는 전혀 원톱이 아니었지만) 바로 밑을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그라운드에서의 움직임은 공미를 기본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좌우를 넘나드는, 즉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윌리안은 샤흐타르 신분으로 치른 챔피언스리그 예선전때처럼 개인 능력으로 판타스틱한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팀에는 녹아든 느낌이었다. 

윌리안의 플레이에는 여유가 있었다. 동료에게 공을 건넬땐 아군과 공간을 적절히 보며 패스를 공급했다. 본인이 직접 받을때는 역동적이진 않았지만 효율적으로 아주 적절하게 위치를 잡아 들어갔다. 전반 초반 부상으로 인한 이른 교체만 아니었다면 윌리안이 보여줄 공격의 폭은 더 넓어 보였다. 윌리안의 예상치 못한 부상이 히딩크 감독의 계획을 틀어 놓았다. 안지의 공격은 거의 왼쪽에서 이루어 졌다. 지르코프와 샤토프는 왼쪽에서 지속적으로 공격 작업을 시도했지만 수비에 번번히 막혔다. 특히 샤토프가 공을 자주 잡았지만 마무리 크로스로 연결시키진 못했다. 윌리안이 있었다면 공격시 경우의 수를 더 늘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에투가 최전방에 설 때 라스, 샤토프 등 2선 미드필더의 지원을 받는 입장. 즉 스코어러 역할이 된다.>


에투의 위치 변화가 흥미롭다. 에투는 인터밀란과 바르셀로나 시절 주로 센터포워드와 윙포워드를 커버했지만 이날은 상황에 따라 움직임의 변화가 이루어 졌다. 처음에 에투는 윌리안 보다 조금 앞선에 선 제로톱 형태의 원톱에서 상대 라인을 부수는 역할이었다. 에투의 위치는 윌리안이 부상으로 교체 돼 나간 이후에 점진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반 중반 이후 윌리안 대신 203cm의 거한 트라오레가 들어 오면서 에투의 위치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재조정 됐다. 아마 현재 바르셀로나에서의 메시와 비슷한 위치일 것이다. 트라오레가 전방에서 버텨 주고 연계와 패스가 좋은 에투가 찔러 넣는 식의 콤비네이션을 노린 포석이다. 

그러나 이는 별로 뉴캐슬에 위협적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안지의 방식이 너무 고지식했다. 안지는 지나치게 샤토프 쪽을 고집했다. 반대쪽의 아메도프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적절한 좌우 위치 전환과 공격 배분이 이뤄지지 못했고, 중앙은 주시레이와 라스 디아라가 분전했지만 대부분은 수비 임무에 그쳤다. 공세로 나간다 해도 아니타와 카바예에 마부우가 둘러싼 뉴캐슬의 중원 블록에 막히기 일쑤였다. 에투가 쉐도우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했지만 몇몇은 부정확했다. 에투가 뒤로 빠지면서 트라오레가 고립됐다. 후반전 15분까지 양 팀의 슈팅은 단 두 개 였는데, 모두 에투가 만들어 낸 것이다.      


<뉴캐슬전처럼 트라오레가 상대 최종 라인과 경합하고 에투가 들어가는 형태. 안지에서 점점 이런 역할이 늘고 있다.>


후반전 안지는 골이 필요했다. 그로 인해 전반전 수비에만 전념하던 라스 디아라가 보다 전진 배치 되었다. 디아라는 안지의 막힌 공격 활로를 뚫기 위해 전방위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갔다. 여기서 에투에게 또 한번의 변화가 생긴다. 에투가 포워드에서 미드필더로 바뀐 것. 에투는 거의 중미까지 내려왔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안지의 슈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쉬운 건 대부분이 18야드 밖에서 때린 슈팅이라는 점이다. 콜로치니가 부상으로 빠진 뉴캐슬의 수비는 그리 두텁지 못했으나, 안지는 그것조차 효과적으로 뚫어내지 못했다. 단지 슈팅의 질보다 양이 늘어났을 뿐이었다. 

에투는 안지의 필요에 맞게 진화 중이다. 지금의 에투는 과거처럼 수비 뒷공간을 치는 폭발적인 스피드도 줄었다. 박스 안에서 흑표범 같은 모습만을 기대할 순 없다. 에투의 스타일은 다른 포지션에 걸맞게 확장되고 있다. 에투는 점차 긱스화 되는 것 같다. 속도 위주의 경쟁을 탈피해 경험과 기술로 팀에 기여한다. 에투는 올 시즌 8경기에서 절반은 최전방, 절반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플레이 했다. 일치하진 않지만 측면에서 중앙으로 가고 있는 긱스와 흡사하다. 윌리안의 영입으로 에투가 전방과 측면 활용도도 커졌다. 에투가 긱스와 루니처럼 가느냐, 아니면 오웬처럼 포지션 진화론적 관점에서 도태될 것인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이글루스 가든 - 축구를 보자, 이야기하자, 느끼자!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