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세계 최강 자리를 완벽히 내줘도 될 것 같다. 한 팀은 누캄프에서의 악몽 같은 90분을, 다른 한 팀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원정에서 선보이며 세계 클럽 축구의 헤게모니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홈팀 바르셀로나는 누캄프에서 열린 2012-2013 UEFA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0-3으로 완패했다. 합계 스코어 0-7.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뮌헨의 압승이었다. 바르샤에겐 더이상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라함만 더해질 뿐이었다. 누캄프의 영웅은 메시도 이니에스타도 샤비도 아니었다. 붉은색의 유니폼을 입은 이방인들이 피치를 지배했고, 이들은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힘으로 세계 축구를 10년 가까이 지배했던 바르샤를 왕좌에서 끌어 내렸다. 뮌헨은 결승에서 도르트문트와 '독일 더비'를 치르게 됐다.

양팀의 전술 키워드, 바이언 '전방 압박' 바르샤 '변형 쓰리백'
알베스 라인의 실종, 빌드업의 문제에 봉착한 바르샤
뮌헨은 1차전 4-0 대승을 거뒀지만 2차전에서도 전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방위 압박은 유효했고 그 덕에 홈팀 바르셀로나는 앞쪽으로 빌드업을 뻗어 나가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뮌헨은 아르연 로벤의 스피드를 활용한 속공으로 바르샤 문전을 위협했다. 메시를 선발 명단에서 과감히 제외한 바르샤는 변형 쓰리백을 들고 나왔다. 아드리아노, 바르트라, 피케, 다니엘 알베스가 플랫4를 구성했지만 아드리아노가 보다 전진하면서 바르트라-피케-알베스의 쓰리백이 되거나 양측 풀백들이 올라갈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 알렉스 송이 내려와서 또 다른 쓰리백을 구축했다. 미드필더를 늘리며 중원의 수적 우위를 통해 바르샤의 티키타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전술이었다. 그러나 바르샤의 전진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부분의 패스는 박스 안에 들어가기 전에 끊겼으며 뮌헨은 로베리의 측면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해 박스에서의 원투패스를 만들어냈다. 바르샤 진영에서 피케의 결정적인 태클 세 개는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었지만 뮌헨의 기회들을 가까스로 무산시키는데 성공했다.
알베스 라인의 실종, 빌드업의 문제에 봉착한 바르샤
2차전에서도 바르샤의 주요 공격루트 중 하나인 알베스 쪽 전진은 신통치 않았다. 리베리와 알라바는 1차전 보다 더 수비적인 임무를 수행한 탓이었다. 바르샤는 여전히 공을 점유했지만 특유의 세밀함은 부족했다. 마무리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뮌헨의 합리적인 포지셔닝에 뚫고 나갈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바르샤의 전매특허인 2선 공격수들의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활용한 중앙 월패스 공격은 전무했다. 박스로 접근하는데 조차 애를 먹었다. 바르샤가 잘 되는 날의 경기 운영을 보여 주지 못했다. 바르샤가 잘 될 때에는 메시, 이니에스타, 페드로 등 민첩한 선수들이 볼을 주고 받으며 빠져나가는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해 나간다. 그렇지만 뮌헨의 사전 압박은 바르샤에게 그런 움직임을 가져갈 틈을 주지 않았다. 바르샤의 비효율성은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85%의 패스성공률과 59%의 점유율(뮌헨 각각 75%와 41%)을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박스 안에서의 패스성공률은 33%(뮌헨 67%)에 불과했다.
로벤의 선취골과 피케의 자책골, 바르샤 추격 의지 꺾다
바르샤의 쓰리백은 후반 3분 빈틈을 노출했다. 오른쪽에서 대각패스를 받은 로벤이 반대편 모서리를 노리는 왼발슛을 골로 연결시켰다. 합계 스코어는 0-5. 바르샤의 연장전 전략은 한순간에 무산됐다. 뮌헨에게 원정골을 내준 바르샤로선 이젠 무려 6골이 필요했다. 바르샤의 추격 의지는 실점 이후 거의 사그라 든 모습이었다. 바르샤는 중원 엔진인 샤비와 이니에스타를 모두 뺐다. 대신 알렉시스 산체스와 티아고 알칸타라가 들어갔다. 뮌헨도 에이스인 슈바인 슈타이거를 쉬게 하고 구스타보를 투입했다. 바르샤는 후반 26분 피케가 리베리의 왼쪽 크로스를 걷어 낸다는 것이 아군 골망을 갈랐다. 리베리의 택배 크로스는 또 이어졌다. 빠른 속도로 바르샤의 왼쪽 측면을 무너 트리며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토마스 뮐러가 머리로 우겨 넣으며 3-0으로 달아났다. 뮌헨의 확인사살이었다. 바르샤로선 최악의 15분을 더 보내야 했다. 사실상 승부를 확정 지은 뮌헨은 옐로우 카드 트러블에 걸린 하비 마르티네즈와 필립 람를 빼고 티모슈크와 하피냐를 넣는 여유를 부렸다. 메시는 끝내 점퍼를 벗지 않았다. 바르샤는 역사에 남을 합계 스코어 0-7 패배의 치욕을 안고 뮌헨에게 웸블리행을 넘겨 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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