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토로그


'EPL 6위' 첼시는 어떻게 유럽 챔피언이 되었나 축구 종합





올시즌 유럽 최강팀 칭호는 바이에른 뮌헨도, 바르셀로나도 아닌 첼시에게 돌아갔다.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될까? 그것도 적지의 심장부인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말이다. 첼시는 매 토너먼트가 고비였다. 나폴리와의 16강, 바르셀로나와의 4강전이 특히 그랬다. 리그에서도 부진했기에 나폴리에게 일격을 당해 떨어졌어도 스토리 전개상 이상할 것은 없었다. 4강 진출팀 중 우승확률도 가장 낮았다. 대다수 전문가와 팬들이 바르셀로나의 결승행을 점쳤고, 만약 첼시가 올라간들 반대편 시드인 레알 마드리드나 뮌헨의 승자 중 한 팀이 우승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바르셀로나와 세계 최고 날개를 보유한 뮌헨을 꺾고 클럽 역사상 첫 빅이어를 들어올린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디 마테오 대행의 첼시를 유럽 최강팀으로 만들었는가. 모두가 얼떨떨할 수도 있다. 단순 숫자놀음을 축구에 대입할 순 없지만 어찌됐건 EPL 6위팀의 유럽 정상 등극이 그리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들먹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듯이 첼시는 FA컵, UEFA챔스에서 더블을 이룩했다. 둘 다 토너먼트 대회다. 알려진 대로 토너먼트는 단기 처방으로 일정 성적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더군가나 첼시 정도의 클래스를 가진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준에 오른 팀이 취약 고리 중 한 부분을 마음 먹고 강화한다면, 상대팀으로선 그걸 깨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FA컵 결승은 최악의 한해를 보낸 리버풀이기에 타이틀 획득이 좀 더 수월했던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챔스 무대는 다르다. 준결승 매치업 상대부터 클래스가 확 올라갔다. 한,두수는 위였다. 단순히 취약 부분을 임시로 땜질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의미다.

그래서 첼시는 바르셀로나 전에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감행했다. 이 같은 사실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하는 팀이라면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수많은 패스 줄기가 기계적으로 이어지고 점유율과 템포로 상대를 옥죄며 괴롭히는 팀이라면 그 어떤 팀이라도 쉽사리 공간을 내주기 어렵다. 게다가 볼을 빼았기지 않는 키핑력과 자유롭게 개인 범위 안에서 갖고 놀 수 있는 테크니컬을 보유한 팀이면 더욱 그렇다. 특이한 점은 중원의 압박 강도를 높이기 보다는, 허리-수비 라인 자체를 통째로 내렸다는 것이다. 침투패스에 능한 상대이기에 뒷공간 허용을 최소화하고 상대 공격수가 빠져 들어올 공간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첼시는 그래서 당연히 할 수 밖에 없고, 해야 하는 스타일의 경기를 했다. 다만 첼시는 그걸 다른 팀보다 잘한 것 뿐이고 뮌헨전에서도 첼시가 자신보다 공격과 장악력이 뛰어난 팀을 상대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드록바는 뮌헨전을 비롯한 챔스 무대 활약으로 블루스의 위대한 전설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뮌헨은 바르셀로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향의 팀이다. 우선 로베리, 즉 양측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들의 개인 능력에 의한 돌파와 그 이후의 크로스, 그리고 그것을 확실한 스코어러인 고메스가 잘라 먹는다. 그렇다고 중원의 영향력이 덜하다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인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를 축으로 중앙, 측면이 모두 가능한 뮐러와 슈바인슈타이거의 배치에 따라 전술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루트의 ‘비중’이지 ‘경중’이 아니다. 뮌헨 공격에서 측면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중앙도 측면 못지 않은 전략적 요충지자 콘트롤 타워다. 중앙의 토니 크로스가 시들면 뮌헨 공격은 번뜩임이 떨어진다. 이날 결승전이 그랬다. 토니 크로스가 특별히 막힌 건 아닌데 뭔가 보여준 게 없었다. 슈바인슈타이거는 부상 복귀 후 폼 저하로 그렇다 치더라도 크로스와 뮐러의 중앙은 패스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줄 곳을 잃었다. 그렇다 보니 질적인 패스도 나오기 힘들고 자연스레 최전방의 고메스가 고립되는 현상을 낳았다.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뮌헨이 아닌 첼시에게 있다. 뮌헨의 못했다기 보다는 첼시가 여우같이 잘 대처했다. 첼시는 중원 싸움에 집착하지 않았다. 아예 앞마당을 내주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D자(9~10명의 선수가 이중으로 포진한) 형태로 수비했다. 미켈-람파드 더블 볼란치, 2선에 버틀랜드-마타-칼루, 원톱에 드록바를 놓은 4-2-3-1 형태였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왼쪽 측면수비를 종으로 두명(콜, 버틀랜드)이나 배치한 전략은 주효했다. 버틀랜드와 칼루의 배치는 모양새만 날개 공격수였지 각각 콜과 보싱와의 방어 지원, 즉 상대 로베리, 람의 측면을 막기 위한 수비 지향적 포진에 가까웠다.

중앙엔 미켈-람파드-마타로 하여금 경제적인 압박에 국한된 처진 방어선을 구축하게 하고, 측면에 2중의 벽을 쌓았다. 람파드는 공격을 자제했다. 메이렐리스의 역할을 무난하게 대체했다. 마타, 드록바도 커버 플레이에 주력했다. 중앙에 상대 미드필더가 맘껏 놀도록 공간을 주고 들어가면 그것은 죽은 공간이 된다. 2중의 최후 방어선이 촘촘히, 그것도 자기 진영 깊숙이 박혀 있으면 그 앞의 공간은 무의미한게 돼 버린다. 즉 첼시의 D자형 수비라인은 크로스의 ‘비범’한 패스를 ‘평범’하게, ‘종패스’를 ‘횡패스’ 줄기로 틀어 놓았고 그러다 보니 원톱 고메스-중앙 크로스의 종적인 스크롤이 리베리-크로스-로벤으로 이어지는 횡 스크롤 움직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되면서 고메스의 위력을 반감시켰다. 그렇다고 이미 측면은 첼시의 협력수비가 탄탄히 이루어진 상태라 로벤같은 경우는 무리한 인사이드 돌파에 이은 중거리 슛이 남발하기 일쑤였다. 결국 첼시는 전반을 의도한대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체흐의 이 선방이 없었다면 첼시의 사상 첫 유럽 메이저대회 우승은 물건너 갔을 것이다>



이에 대한 뮌헨의 전술 변화가 흥미롭다. 뮌헨은 후반 초반 우측의 로벤과 중앙의 뮐러의 자리를 바꿨다. 필립 람은 공격수에 가깝게 올라왔다. 왼쪽 콘텐토는 공격을 자제했다. 뮌헨은 로벤, 뮐러, 람이 삼각형을 이루는 형태로 우측면 강화에 나섰다. 또한 로베리의 간격을 좌우로 좁힘으로써 고립된 고메스에게 활로를 열어주고자 했다. 그러다 그러한 뮌헨의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섬세함도 부족했거니와 첼시의 수비블록이 워낙 좋았다. 다비드 루이즈의 두 차례 정도 수비실책과 드록바의 파울을 제외하면 첼시의 박스진영수비는 아주 견고했다. 수비 중추 존 테리와 이바노비치가 빠진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선과 최종 수비라인이 가까울수록 상대 미드필더가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은 대체적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비, 이니에스타가 그랬고 크로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골은 이외의 루트에서 나왔다. 뮌헨은 가장 단순하고 원시적인 공격 방식인 로빙 크로스에 이은 헤더골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효율면에서 첼시에게 밀렸다. 35개의 슈팅, 20개의 코너킥을 살리지 못한 건 뮌헨 책임이다. 첼시는 9개와 1개의 코너킥으로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뮌헨은 장기인 세트피스를 20개나 날렸다. 플랜A가 아니면 B와 C로 가야되는데 코너킥만큼은 무모하리만큼 A를 고집했다. 신장이 좋은 첼시 수비진이기에 짧게 잘라먹는 니어 포스트 혹은 아예 반대편을 찌르는 파 포스트 크로스, 아니면 숏패스를 거친 중거리슛 등 다양하게 흔들어야 했다.

<우측 코너킥이 람의 키를 넘겼고 드록바가 방향을 기가 막히게 돌려 놓았다>


반면 첼시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들보다 나은 팀을 효과적으로 깨는 방법'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그 전술의 요체엔 미켈, 하미레스, 드록바가 있었다. 하미레스 시프트로 바르셀로나를 깼다면 이날의 키 플레이어는 드록바였다. 또한 첼시는 '단기간의 수비 강화 처방이 토너먼트 방식에서 얼마나 유용한가'라는 의문부호에 명쾌한 답을 내렸다. 그것은 때론 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나는 팀들의 대처법과 유사할 수도 있지만, 유럽간 대회에선 첼시가 그 묘책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첼시가 이번 대회, 특히 준결승 이상에서 보여준 첼시 수비의 특징을, 텐백이라 불리우는 단순한 틀어막기를 넘은 더 '진화된 텐백' 혹은 '박스 디펜시브의 강화'라고 명명할 수 있을것 같다. 그것은 2000년대 트렌드였던 압박에 기반한 수비 축구(직접 비교는 불가하나 약팀을 맡은 히딩크의 강팀 대처법과 2004년 그리스 오토 레하겔의 4-5-1 정도)와 궤를 달리한다.

과거와 달리 허리 진영을 레드 오션으로 만들지 않았다. 공간의 여유를 두고 맘껏 뛰어놀게 풀어두었다. 대신 2, 3선의 라인을 콤팩트하게 유지함과 동시에 PA 깊숙히 내린게 핵심이다. 반코트 안에서 막아낸 후, 한껏 끌어 올려진 상대 라인 뒷공간을 역으로 파고 들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서 전제 조건은 순발력과 위치 선정, 커버 플레이에 장점을 보이는 센터백과 대인 마크에 능한 윙백, 그리고 역습에 최적화된 원톱, 빠른 측면 자원 등인데 루이즈, 이바노비치, 애슐리 콜, 드록바, 하미레스가 각각의 조건에 부합한다. 그리고 이 모든건 허리를 안정되게 잡아줄 수 있는 미켈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제 다른 강호들은 첼시가 검증해낸 강력한 백신에 대항할 또 다른 바이러스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덧글

  • rts 2012/05/22 09:10 # 삭제 답글

    유로 2004 그리스는 중원 압박보다는 더 라인을 내리고 플레이하지 않았나요? 거의 5-4-1에 가까운 포메이션인 걸로 기억하는데..
  • 아우라 2012/05/22 18:03 #

    '4-5-1'과 '5-4-1'을 섞어서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ㅎㅎ 수비시엔 5-4-1 쪽에 가까웠던 것 같고요. 5-4-1시 수비라인 위치는 첼시와 비슷했던것 같네요 ㅎ 5-4-1의 표본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의 북한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개개인의 기술이나 능력면에서 너무 떨어졌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죠. 아시아에서는 어느정도 통했지만요. 골키퍼도 너무 못해서;;
  • L 2012/05/22 09:18 # 삭제 답글

    보싱와 경기에선 점유율 가장 낮았지만 빅이어 점유율은 바르샤급..민폐였음
  • 아우라 2012/06/04 14:38 #

    아 ㅋㅋ 그렇죠 보싱와 사회생활 못하더군요 ㅋㅋ
  • moon 2012/06/10 17:06 # 삭제 답글

    첼시는 내년이.더 기대되네요. 아자르와 헐크.. 얼마만큼적응할지..과르디올라가 1년쉬고 첼시로 온다면 잼껫내요ㅋㅋ
  • 아우라 2012/06/11 15:11 #

    저도 내년 첼시가 무척 기대됩니다ㅎㅎ 내년엔 맨시티, 맨유와 더불어 본격적인 왕좌 탈환에 나설수 있을것 같네요.
  • m 2012/06/24 22:16 # 삭제


    카카와가 맨유입단...카가와의 성공가능성은 높아보이는데...으 ㅋㅋ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