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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전 수비 문제, 다각도로 되짚어보자 축구 종합




우리가 '세계 최강' 스페인에게 1-4로 졌다는 것은 비난 받을수 있을지언정 창피한 일은 아니다. 제 아무리 독일, 브라질같은 강팀 도 스페인과의 대결에서 무승부 이상을 장담할 수 없다. 과거의 스페인은 팀워크나 분위기, 경험면에서 최강팀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페인은 2000년 후반 두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유로, 월드컵) 이후 진짜 '무적 함대'가 됐다. 이런 팀과의 경기에서 승패는 부질없다. 친선경기라 타이틀에 대한 모티베이션과 부담도 없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강팀과의 경기에선 한수 배운다는 자세로 배우면 된다. 

밑천이 제대로 드러났다. 이날도 '전통적인 고질병'인 수비에서의 허점이 도드라졌다. 수준차로 약점을 덮기엔 무책임하다. 환부가 있다면 제대로 보이게 씻어내고 연고를 발라야 한다. 공격, 허리, 수비 전지역 곳곳에서 환부가 보였다. 공격에선 제대로 된 슈팅이 거의 없을만큼 고요했고, 허리에선 기성용, 이청용 등 해외파의 부재를 느끼게 했다. 부분이 총합이 되고, 요소가 현상이 되는 축구 경기 결과에서 어느 한 부분의 약점만을 꼬집기란 불가능하다. 패인을 따지자면 팀 전술부터 조합, 개개인의 컨디션, 그라운드 환경, 삼선의 연결, 유기성 등 엄청나게 많은 변수를 분석해야 한다. 수비 문제 하나만 놓고 봐도 다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스페인전 수비 상황이 어떠했는지 돌아보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수비는 모든 공격의 시발점이자, 잘 만들어진 공격 프로세스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의 문제>


스페인전 플랫4는 박주호, 조용형, 이정수, 최효진으로 이루어졌다. 박주호는 바젤의 챔스 돌풍을 이끌었고 조용형, 이정수는 거친 중동리그에서 최고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최효진도 조광래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중용되온 k리그 최고의 풀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 각 포지션에서 최고 활약을 보여주는 자원들이라는 점이다. 면면만 들을땐 탄탄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축구는 온라인게임이 아니다. 조직력이 중요한 수비는 더욱 그렇다. 이들의 조직력을 표현해내는 수치가 있으면 아주 좋겠건만, 필자는 아직 애석하게도 보지 못했다. 그럴때 살필수 있는게 라인의 숙성도, 즉 '발을 맞춘 기간'이다. 현 대표팀 수비라인의 윤곽은 5월 17일에 드러났다. 그나마 이정수, 최효진이 조광래호 때부터 익숙한 라인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곽태휘, 홍정호, 김영권, 홍철 등과 호흡을 맞췄다. 물론 조용형은 이정수와 남아공 월드컵 센터백 듀오다. 박주호도 이들과 아예 초면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

감독 체제가 바뀌면 시스템이 바뀐다. 수비도 예외가 아니다. 조광래 감독은 멀티 성향의 수비수와 공격적인 풀백을 선호했다. 이들이 바로 홍정호, 김영권, 홍철이다. 이들은 주포지션 외에 한두개의 자리를 추가로 아주 무난하게 소화해낼 수 있다. 반면 조용형은 허정무 체제에서 주로 쓰였다. 곽태휘의 부상 영향이 컸지만 피딩 능력과 발밑이 좋았다. 이정수와의 호흡도 무난했다. 곽태휘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아마 최강희 감독도 이같은 이유로 그를 발탁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의 시너지는 2010년 여름이 정점이었다. 바뀐 체제 안에서 불과 며칠만에 전과 같은 라인을 조직하기란 쉽지 않다. 조용형의 플레이는 불안했다. 간헐적인 수비 실책을 보였다. 사비 알론소에게 PK를 허용한 과정에서 핸드링을 유발한 제스쳐도 과도했다. 박주호는 호흡적인 측면에서 더 불리했지만 개인 역량으로 보완했다. 결정적인 클리어링을 보여줬다. 과거 그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클래스가 한단계 오른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수비라인 전체를 조감했을때 간격 유지와 라인콘트롤에서 불협화음을 보였다. 이것은 조용형, 박주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체의 문제였지만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조용형의 역할을 감안했을때 그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울수 있겠다.  


 

<라인 유기성의 문제>


수비라인의 숙성도가 떨어지니 유기적인 측면에서 허점을 노출할 수 밖에 없었다. 개개인의 수비수들이 하나의 점이면, 쓰리백 혹은 포백을 구성하는 라인은 선, 그리고 그라운드의 3선들이 중첩돼 이루는 공간은 면이다. 면으로 나아가면 2선의 '연계' 혹은 '협력'으로 범주가 넘어가니 여기선 라인의 유기성을 따지는 점과 선의 움직임에 주목하겠다. 전반에만 4차례 정도 위험 장면이 연출됐다. 전반 5분 토레스의 슈팅은 의도치 않은 것이었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토레스가 카솔라의 슈팅을 역방향으로 돌려 놓으면서 골로 연결될 뻔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마타와 카솔라, 두 점의 움직임과 우리 수비라인 간의 관계다. 페넌트레이션(박스 안에서의 공격 전개)의 시발점은 마타다. 수비수 한명을 달고 있는 마타가 카솔라에게 주고 들어갔다. 오른쪽은 아르벨로아가 오버래핑을 시도하고 있었다. 부채살처럼 펼쳐져 들어오는 이 같은 공격형태는 이날 스페인의 주된 루트였다. 우리가 뚫렸던 근본적인 문제는 페널티 박스에 밀집된 우리 수비의 점 조직이 불필요하게 분산됐다는데 있다. 아크 기준 전후방에 우리 수비는 아홉, 상대 공격은 다섯이었다. 그렇지만 직접 공격에 관여한 선수는 카솔라, 마타, 토레스, 3명에 불과했다. 문제의 핵심음 우리가 단순히 숫자 싸움의 우세를 지키지 못했다는게 아니라, 수적 우우를 갖추고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메우면서 상대 공격 조직을 잘 조이지 못했다는데 있다. 마타가 카솔라에게 볼을 건넸을 때 스페인 선수 세명 사이에 우리 선수가 무려 다섯이나 있었다. 그러나 효율적인 대형과 간격 유지에 실패했다. 그결과 카솔라가 자유스럽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이는 슈팅으로 이어졌다. 공간을 에워싸지도 못했고 면을 이루며 압박하는 프레싱도 부족했다.


10분 알론소의 슈팅은 '왜 우리가 스페인 같은 스타일의 팀을 상대로 고전할수밖에 없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때 전방 1선에 포진한 단 2명의 상대를 막기 위해 박스안에 포진한 우리 선수들의 숫자는 무려 7명. 원톱의 고립, 혹은 원투 침투 패스 및 콤비네이션을 봉쇄하기 위한 대형이었지만 이때는 세컨볼에 대한 위험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볼을 빼고 역습으로 전환해 들어갈려는 찰나에 알론소가 커팅해 들어갔고 바로 중거리 슛으로 연결시켰다. 이때 처져있는 6~7명의 선수들과 상대 2선 미드필더와의 공간이 벌어져 있기에 슛을 할 여지는 충분했다. 2선에서 볼을 돌리며 템포를 조절하다 박스에서 스피드를 올리는 스페인식 축구에서, 10백식 처진 대형은 상대 미드필더가 세컨볼을 처리할 수 있는 너무 많은 공간을 열어주게 마련이다. 12분 실점 장면은 우리 포백라인이 라인유지, 대인마크, 콜플레이에 얼마나 미숙한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실바가 크로스를 올릴때 토레스가 빠져나간 장면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조용형의 위치가 애매했다. 왼쪽 박주호가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조용형이 라인을 끌어 올렸다면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렸을 상황이었다. 조용형이 오버래핑해 들어온 라모스와 빠져 들어온 토레스 사이의 '마크 포인트'를 우왕좌왕하다 이 같은 위치 선정의 우를 범했을 공산이 크다. 이때 박주호가 라모스를 적절히 견제해 주었다면 조용형의 포지션도 약간은 바뀌었을 것이다.


실점 위기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 선수들은 첼시가 지난 챔스 준결승과 결승에서 각각 바르셀로나와 뮌헨을 상대로 보여줬던 효율적인 10백 형태의 점, 선, 면의 움직임을 구현하지 못했다. 물론 대표팀의 첼시의 수비 모델을 꼭 벤치마킹 해야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스페인의 구성과 스타일이 점점 '바르셀로나화'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참고해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스페인은 우리의 체계적이지 못한 수비 조직의 움직임에 다양하게 대처했다. 원거리 얼리 크로스 골, 세트피스 골, 측면 크로스에 이은 공격수의 쇄도, 중원에서 템포 조절 후 스피디 해지는 공격 전개, 세컨볼 키핑 후 중거리 슛까지, 스페인은 우리 수비진을 리드미컬하게 유도했다가 중앙으로 찔러 들어오고, 때론 종에서 횡으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하고 싶은 모든 플레이를 쏟아냈다. 효과적으로 상대 공격수를 쌈싸먹지 못했을 뿐더러 이 때 비는 다른 공간을 보완하는 움직임이 부족했기에 스페인은 그라운드 전체를 고루 활용하며 여유롭게 플레이 할수 있었다.    




<전술적 연계의 문제>    


연계는 앞서 말했든 면의 문제다. 수비가 하나면 점, 둘 이상이면 선, 셋이 넘으면 면을 이룬다. 필자는 전술적 연계를 한 라인을 넘어 '삼선간의 협력'으로 정의하겠다. 쉽게 말해서 수비와 미드필더와의 협력, 혹은 윙백과 윙어와 중미의 협력 등 삼각형을 이루는게 기본 형태다. 연계를 '최종 플랫4와 그 앞선과의 협력의 문제'로 가져갔을때 우리의 그것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김두현-구자철을 축으로 한 중미진은 전반 종반부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어느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수비의 문제로 넘어갔을때 이들의 콤비네이션은 실패로 귀결된 듯 보인다. 상당히 공격적인 두 선수의 성향을 배제하고서라도 이들은 폭넓은 수비 커버의 범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다. 김두현의 활동량과 투쟁심은 정점에서 내려온지 오래다. 구자철이 제주 시절 수미를 봤지만 2010 아시안컵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보여줬듯, 공격적인 재능에 더 포커스를 맞출수 있는 선수다. 여기선 이들의 성향을 다 떠나서 순수히 이날 경기만을 놓고 봤을때도 그리 좋은 포백과의 연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논하고 싶다. 이들이 이날 정석적인 더블 볼란치 성격으로 가동된 건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가 스페인임을 감안했을땐 최종 라인과의 중원 연계가 더욱 촘촘해야 했다. 이들은 측면의 남태희, 염기훈, 중앙의 이정수, 조용형과의 연계 블록을 엮어 세밀하고 창의적인 상대 미드필더 봉쇄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었다.

경기 후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자꾸 기성용, 김정우 등이 거론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기-김 조합의 안정감은 이미 이전의 a매치에서 입증된 바 있다. 기본적으로 수비 능력이 뛰어나고 장기간의 호흡으로 공수 역할 분담 등을 조화롭게 만들수 있는 콤비다. 이 둘로 하여금 수비와의 잘 짜여진 면블록을 형성하게 하고, 구자철 혹은 김두현을 공미로 올렸을 때의 시너지는 더 뛰어날 거란 생각이 든다. 범위를 공격-미들-수비와의 연계로 넓히면 '과연 우리의 포워드진은 연계의 과제를 잘 수행해 냈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지동원, 이동국 등이 아주 다이내믹한 전방 압박을 보여주는 유형은 아니지만, 상대 수비수가 대면하게 되는 최초의 수비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윙어들과 더불어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첼시가 강팀을 상대로 보여주는 드록바, 말루다, 하미레스의 전방위 압박과 비교했을때 이들은 상대 수비진들에게 그리 많은 긴장감과 두려움을 심어주는데는 실패한 것 같다.


경기 전체의 흐름과 순간순간의 위크 포인트를 쪼개 필자 나름의 분석을 얹혔지만 부족한 건 사실이다. 캡처를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싶었지만 포스팅 시의성을 놓칠까봐 그냥 올렸다. 다른 축구팬들은 스페인전 우리 대표팀이 보여준 수비조직 혹은 그 이외의 부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 제시를, 그리고 필자 포스팅에 대해 잘못된 팩트나 견해가 있다면 얼마든지 어택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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